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못 믿을 포털 정보, 댓글부터 맛집 후기까지 ‘입맛대로’
알림

못 믿을 포털 정보, 댓글부터 맛집 후기까지 ‘입맛대로’

입력
2018.04.18 20:00
6면
0 0

파워 블로거 “업체로부터 돈 받고

후기글 쓰면 나쁜 말 쓸 수 없어”

순위 조작 ‘검색 브로커’도 활개

포털 측 보완 조치 강구 다짐에

“여론 조작 엄벌부터…”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맛있는 음식과 로맨틱한 실내분위기까지 일석이조인 홍대 맛집을 다녀왔습니다. ^^”

네이버에서 맛집 후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모(30)씨는 저런 후기를 작성한 대가로 인터넷 광고대행업체로부터 25만~30만원 남짓 돈을 받는다. 처음엔 맛있는 음식 정보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시작한 단순 취미였는데, 인기를 끌면서 ‘S(상위)등급’ 블로그가 되자 ‘후기 작성해주고 건당 25만원’을 제안하는 대행업체 쪽지들이 들이닥쳤다. 이씨 블로그를 ‘1,000만원에 통째로 사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업체들이 개인 블로그에 눈독을 들이는 건 홍보ㆍ광고성 블로그들을 검색창 상단에 노출시키지 않는 네이버의 정책 때문이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 블로그에 돈을 주고 입맛에 맞는 정보를 올리게 하는, 일종의 ‘조작’이다. 이씨는 “돈을 받고 후기글을 쓰면 당연히 나쁜 말은 쓸 수 없다”라면서 “네이버에 나오는 맛집 후기는 대개 이런 식으로 작성되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네이버 뉴스의 ‘공감’ 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포털 사이트 정보 전반을 불신하는 분위기다. 사실 블로그와 카페, 지식in 등 포털이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는 광고에 점령당한 지 이미 오래다. 민간인도 손쉽게 여론을 조작했다는 이번 사건 내용에 경악하지만, 업계에서는 포털 검색어 순위나 블로그 방문자 수 등을 조작해주고 대가를 받는 ‘검색 브로커’ 존재도 공공연하게 떠돈다.

댓글 조작 주범으로 알려진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 역시 이런 메커니즘을 꿰고 있었다. ‘온라인 점유율=대통령 지지율. 대중들은 대부분 뉴스를 모바일을 통해서 포털, 특히 네이버 기사를 통해서 본다. 그러니 여론이란 네이버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이라는 주장을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올렸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2017 한국 보고서’에 따르면, 검색ㆍ뉴스 수집 플랫폼을 통해 주로 뉴스를 읽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77%에 달한다. 10명 중 8명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한다는 얘기로, 이런 뉴스에 달린 반응이 자연스레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네이버나 다음 등에서 전체 언론사의 뉴스를 모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 여론이 한군데로 쏠릴 수밖에 없다. 뉴스 소비자가 특정 포털로 집중되니 댓글 등을 통한 여론 조작이 그만큼 쉽다. 대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만 뉴스를 소비하고 댓글을 달 수 있는 구글 등 해외 포털과는 다르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매크로를 이용해 접근한 구체적인 방법이 파악되면 추가로 댓글 정책 보완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한다. 김씨 일당이 사용한 매크로의 경우 보안을 강화해 막는다고 해도 디지털 논리회로(로직)가 잠깐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금세 또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단순히 기술 문제로 축소시키면 끊임없이 뚫고 막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공간을 통해 왜곡된 여론을 조작, 유통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