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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한국 현대사는 갑질의 역사... 지금까지도 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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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한국 현대사는 갑질의 역사... 지금까지도 세습”

입력
2017.02.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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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16일 ‘공터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명석한 전망이나 희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의 한계다’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그것은 저의 분명한 한계”라며 “문장 하나하나에 저의 한계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냄 제공
김훈은 16일 ‘공터에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명석한 전망이나 희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의 한계다’라고 말하는 것도 들었다. 그것은 저의 분명한 한계”라며 “문장 하나하나에 저의 한계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냄 제공

“우리 아버지는 1910년 우리나라가 망한 해에 태어났고 저는 우리나라 정부 수립하던 1948년에 태어났습니다. 1910년과 1948년이라는 숫자가 우리 부자(父子) 생애에 좌표처럼 있는 것이죠. 저나 저의 아버지나 그 시대의 참혹한 피해자였습니다. 저의 소설에 피해자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 김훈(69)은 2011년 ‘흑산’이후 5년여 만에 낸 신작 ‘공터에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나의 아버지 세대와 나의 세대가 다뤄온 일들을 긴 글로 쓰고 싶었다”며 “5권 정도를 쓰고 싶었는데 기력이 미치지 못했고, 내가 쓴 것보다 못 쓴 것이 훨씬 더 많았다”고 말했다. 작가의 부친 김광주(1910∼1973)는 경향신문 문화부장과 편집부국장을 지낸 언론인이자 국내 최초의 무협지인 번안소설 ‘정협지’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김훈은 “아버지는 김구 선생과 관련된 독립운동가라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볼 수는 없었고, 나라를 잃고 방황하는 유랑 청년 중에 하나였다. 그 유랑의 모습이 내 소설에 그려져 있다”고 차갑게 정리했다.

“내 평생 짐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버지 세대에 대해 쓴다는 것이.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지만 저런 삶을 살아선 안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 고통이 제가 글을 쓰게 된 동기였을 겁니다.” 제목인 ‘공터에서’를 일컬어 “주택과 주택 사이의 버려진 땅, 나와 내 아버지가 산 시대를 공터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작은 1920~1980년대까지 마동수와 차남 마차세 2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질곡의 한국 현대사를 그린다. 이전 장편소설 8권을 내놓으면서 늘 반복했듯 이번에도 “거대한 전망, 시대 전체의 구조, 통합적인 시야가 저에게는 없다”고 작가는 선을 그었다. 그는 “디테일을 통해 디테일보다 큰 걸 드러내서 괴로운 글쓰기를 돌파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펜의 스피드는 매우 빠르게 해서 그 골격만을 그려내고 세부사항을 그려내지 말자, 미술로 치면 크로키 같은 기법 같은 글쓰기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나의 전략은 부분적으로 성공했고 많은 부분에서 실패했습니다. 3배 정도의 분량으로 썼다가 거둬내고 남은 부분만 이었습니다.”

신작 ‘공터에서’를 낸 작가 김훈이 6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냄 제공
신작 ‘공터에서’를 낸 작가 김훈이 6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냄 제공

아버지와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정리하기 위해 당대 신문을 많이 봤다는 그는 “내가 산 70년 동안의 유구의 전통이랄 수 있는 건 ‘갑질’에 불과했다”며 “한없는 폭력과 억압, 야만성이 지금까지도 악의 유산으로 세습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말마다 벌어지는 탄핵 찬반집회에 “관찰자” 입장에서 혼자 두 차례 나갔다고 밝힌 작가는 “태극기, 성조기, 십자가… 내가 어렸을 때 전개됐던 이 나라 반공의 패턴과 똑같다. 기아와 적화가 가장 무서웠는데 그런 잠재적인 정서가 저렇게 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와있나 싶은, 그런 글을 한번 써놨어요. 제가 앞으로 그런 문제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매우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글쓰기를 하게 될 거 같으니까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구나’ 알아줬으면 합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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