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8000선 붕괴
국내 부동자금 빨아들인 ELS
하루에 7300억 손실구간 진입
외국인 34일 연속 ‘셀 코리아’
초저유가와 중국경기 불안 등 연초부터 불거진 메가톤급 복합 악재 속에 아시아 각국 증시가 연일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21일 마침내 8,000선 아래로 떨어진 홍콩 증시의 급락은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였던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대거 손실 우려마저 키우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가치 급락 속에 저마다 투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까지 34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해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은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이하 H지수)가 8,000선을 지키느냐 여부였다. 국내 ELS 상품의 투자손실이 8,000선 아래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 초반 2%까지 반등하는 듯 했던 H지수는 하지만 오후 들어 급격히 낙폭을 키우며 결국 전날보다 2.24% 급락한 7,835.64까지 추락했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6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ELS 발행액 가운데 이날 하루에만 7,363억원이 새로 손실발생 가능구간에 진입해 전체 손실가능 규모(에프앤가이드 추정)는 전날 8,090억원에서 1조5,453억원으로 폭증했다.
국내 ELS 투자자들과 이를 판매한 증권사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H지수가 1~2년 뒤 만기 전까지 다시 급상승하지 않는 한 이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공산이 크다. 특히 작년 상반기 H지수가 1만4,000대 초강세를 보일 때 ‘저금리 시대의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란 광고와 함께 H지수와 연동된 ELS 상품은 시중 부동자금을 대거 빨아들였다. 여기엔 노후자금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의 여유자금까지 상당수 섞여있어 자칫 국민 노후자산 쇼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ELS의 31%가 60대 이상에게 판매됐다. 공포감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만기 전까지는 투자금 손실이 확정되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당국의 전망대로 H지수가 대부분 만기를 맞는 2018년까지 다시 급반등할 지는 미지수다.
이날 국내 증시에선 또 하나의 ‘불명예 기록’이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도 2,973억원 어치를 내다 팔아 지난달 2일 이후 34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6~7월 사이 기록한 33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외국인들은 이 기간 무려 6조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처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들의 매도 속에 전날보다 0.27% 밀린 1,840.53까지 떨어졌다.
중국 증시상황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인민은행이 3년 만에 최대규모인 약 73조원(4,000억위안) 규모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음에도 전날보다 3.23% 급락한 2,880.48까지 떨어지는 등 부양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H지수가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들로 구성됐다는 걸 감안하면, H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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