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가 영어 약칭인 ‘헙스 혹은 흡스(HUFSㆍ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를 최근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겠다고 결정하는 등 대학가 국제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30일 한국외대에 따르면 HUFS가 대내외적으로 자리잡기 전까진 한글 명칭(한국외국어대학교 또는 한국외대)과 함께 사용할 예정이다. 내부에서는 이미 헙스나 흡스로 부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런 결정에는 한국외대를 ‘외국어 전문대학’으로 보는 세간의 인식을 깨기 위한 고심이 담겨 있다. 학내에서는 이미 상당 기간 ‘한국외국학대학교’ ‘한국대학교’ 등으로 교명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국제 교류 확대 역시 주된 이유다. 전세계 45개 언어를 교육하는 한국외대는 전세계 93개국 646개 대학 및 기관과 학술교류협정 체결을 맺어 교류하고 있다. 교명 변경은 외국학생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적 결정인 셈이다.
덤으로 학교는 대학 줄 세우기 과정에서 생겨난 ‘중경외시(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틀도 깨지길 기대하고 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SK KT 등 유수 기업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영문 이름을 써온 걸 감안하면 (이름을 바꿈으로써) 얻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졸업생은 “그간 학교가 대외적으로 쌓아온 명성이나 이미지마저 퇴색시키지 않을까”라고 걱정했다.
교명 국제화 바람은 한국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충남 한국기술교육대학교는 개교 20주년(2011년)을 기념해 ‘코리아텍(KOREATECH)’이란 영문 이름을 만든 후 2015년부터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경기 시흥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 등 사람들이 엇비슷한 이름의 학교와 헷갈렸던 데다, “쉽고 독특한 이름으로 대내외 이미지를 제고하자”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코리아텍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건 물론이고, 고급스런 이미지라는 평도 많다”고 전했다.
카이스트(KAIST) 포스텍(POSTECH) 등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카이스트는 “다른 연구기관과의 명칭혼란을 막고 대외적 이미지를 명확히 하겠다”며 2008년 1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카이스트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포스텍은 1986년 11월 포항공과대학으로 문을 연 뒤 94년 포항공과대학교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2005년 포스텍으로 개명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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