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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지 않은 안철수의 시간… “미래 위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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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지 않은 안철수의 시간… “미래 위해 노력”

입력
2017.05.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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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 찾아 “많이 부족” 패배 인정

중진들 책임 안고 일선 후퇴 땐

다음 대선 재도전의 기회될 수도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투표일인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을 찾아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가운데))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투표일인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국민의당 선대위 개표상황실을 찾아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의 시간은 결국 오지 않았다. 국회의원직까지 던지며 19대 대선에서 배수의 진을 쳤지만, ‘미래 대비’라는 그의 구호는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국민 열망에 압도 당했다.

대선에 패배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앞에는 이제 두 가지 선택의 길이 놓여 있다. 의사에서 IT기업 CEO, 교수 그리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가 다섯 번째로 새로운 직업을 택할지, 아니면 대권 재도전의 길을 걸을지 여부다. 당 안팎에선 안 후보가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며 행보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후보는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9일 오후 10시4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 마련된 당 상황실에 들러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패배를 인정하면서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계 은퇴보다는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계속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안 후보의 보다 구체적인 거취는 당내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큰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먼저 당내 중진들이 호남에서의 득표율 부진과 전국적 지지 확보 실패의 책임을 떠안는다면 안 후보의 고민은 가벼워 진다. 실제로 선거과정에서 “지금의 지지율 대부분이 안 후보의 개인적 역량으로 이뤄낸 것이고, 당이 이를 효과적으로 확산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았다. 이에 대한 중진들의 책임 감수는 일선 후퇴를 의미한다. 사실상 당을 장악해온 중진들이 물러난다면, 안 후보는 초선과 비례 중심의 안철수계 의원들을 기반으로 20대 대선에 재도전할 ‘공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창당 이후 줄기차게 자신을 흔들어온 호남 지역 출신 중진들의 후퇴는 안 후보에게 오히려 기회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대로 대선 패배의 책임 대부분을 안 후보에게 묻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정계은퇴란 선택지를 뽑아 들 수도 있다. 안 후보가 정치적 지향을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로 삼고 있는 만큼, 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묻는다면 심각하게 정계 은퇴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해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그는 조기에 공동대표직을 던지며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의혹에 본인이 직접 개입된 것은 아니었지만, “당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는 그의 소신이 결단을 가능케 했다. 안 후보의 한 최측근은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며 “만약 당이 매정하게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안 후보는 구태 정치인과 같이 ‘나는 몇 퍼센트만 책임을 지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고 정치판을 떠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 후보가 당 내부 요인과 별개로 대선 패배에서 또 다른 명분을 만들어 원외에서 정치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는 50대로 젊고, 향후에도 도전의 기회가 분명히 남아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TV토론 등 몇 번의 실수를 제외하면 오히려 긍정적 이미지를 만든 측면도 있어, 명분을 잘 형성해 차기를 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한 현역 의원도 “안 후보가 ‘저는 한 번은 실수해도 두 번은 절대 실수하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썼다”며 “2012년 대선은 후보로 뛰지 않았으니 이번을 첫 실패 혹은 실수로 간주, 20대 대선에 재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는 9일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는 부인 김미경씨, 딸 설희씨와 함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뒤 국민의당 당사를 찾아 경호원들과 당직자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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