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직업병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지난달 31일 충남 온양사업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직접 살피며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했다고 1일 밝혔다. 가대위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병한 질병과 관련해 삼성전자와 보상협상을 벌이던 피해자나 그 가족이 꾸린 단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송창호 가대위 대표와 김은경 간사 등 5명은 온양사업장 4라인과 모듈라인을 확인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송 대표는 인쇄회로기판(PCB) 장착 설비의 유지보수(PM) 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와 번인(Burn-in) 공정의 작업온도 등에 대해 질문하고 현장을 확인했다. 김 간사는 근골격계 질환 유발요인과 PCB 제조장비 주변 잔류물 등을 점검했다. 온양사업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송 대표와 김 간사는 삼성전자에 개선안도 제시했다.
1993년부터 5년간 일한 송 대표는 퇴직하고 9년 뒤 림프종이 발병했지만 현재는 완치됐다. 1991년부터 5년간 근무하고 퇴직 이후 9년 만에 백혈병에 걸렸던 김 간사도 지금은 건강을 회복했다.
송 대표는 “사회 초년생 때 일한 현장을 둘러보니 감회가 새롭고, 앞으로는 작업장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20년 전 퇴직한 이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옛 일터를 다시 간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며 “반도체 작업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가대위가 수행 중인 반도체 사업장 안전 자문활동의 일환으로 생산라인을 공개한 삼성전자 측은 “폐기물 수거함까지 직접 확인하는 등 세밀하게 점검한 가대위의 제안을 수용해 작업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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