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맞을까, ‘오지랍’이 맞을까? ‘오지랍’ 쪽으로 기울어지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표준어는 ‘오지랖’이다.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오지랖’을 이런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사람을 가리켜 ‘오지랖이 넓다’고 말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오지랖’이란 낱말을 원 뜻과 상관없는 맥락에서 관용적으로만 쓰다 보니, 사람들은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오지랖’이라는 낱말의 형태를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다. ‘오지랖이 넓다’를 ‘오지라비 널따’로 발음하면서 낱말의 형태를 ‘오지랖’이 아닌 ‘오지랍’으로 생각하게 된 건 이 때문일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오지랖’과 더불어 ‘오지랍’을 표준어로 삼는 걸 고려해 봄직하다. ‘오지랖이 넓다’만 쓰이는 현실에서, ‘오지라비’라는 사람이 대다수고 ‘오지라피’라는 사람이 극소수라면, 한국인의 머릿속엔 ‘오지랍’이 굳건히 자리 잡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 ‘무릎’이 맞을까, ‘무릅’이 맞을까? 모두들 고민 없이 ‘무릎’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무릎이 아프다’를 ‘무르비 아프다’로, ‘무릎을 구부리다’를 ‘무르블 구부리다’로 발음한다. ‘무릎이’와 ‘무릎을’을 ‘무르비’와 ‘무르블’로 발음하면서도 ‘무릅’이 아닌 ‘무릎’을 표준어로 선택하는 건 무슨 의미일까. 발음 습관과는 상관없이 ‘무릎’을 원래의 형태로 머릿속에 기억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오지랍’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 논리를 ‘무릅’에까지 적용할 수는 없다. 모든 게 그렇지만 언어 현실도 단선적이지 않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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