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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울 타이(soul tie)

입력
2016.10.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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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의 심리상담 치유 사역인 내적 치유에 ‘소울 타이’(soul tie)란 용어가 있다. 보통 영적 결합 또는 영적 얽힘 등으로 번역된다. 부부 등 남녀 간, 부모 자녀 간, 친구와 친구 사이, 권위자와 추종자 사이 등 여러 유형의 인간관계에서 소울 타이가 형성된다. 사람과 특정 사물, 예컨대 애완동물과도 소울 타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깊은 영적 교감을 통해 형성되는 건강하고 경건한 소울 타이는 삶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기쁨을 준다. 그러나 불건전하고 병적으로 얽혀 문제를 일으키는 부정적 소울 타이 현상도 흔하다.

▦ 사랑과 공경이 바탕을 이루는 부모 자식 간 소울 타이는 자녀가 성장해 독립하면 재정립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홀어머니가 결혼한 아들에게 과도하게 집착한다거나 반대로 자녀가 성장한 이후에도 부모 품을 벗어나 영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연장자 친척, 직장이나 군대의 상사, 교회 목회자 등 종교적 권위자와 불건전한 소울 타이가 생겨나기도 한다. 사교집단은 대개 종교지도자와 신도들 간 부정적 소울 타이가 심해진 경우다.

▦ 미르, K스포츠 재단 의혹이 증폭되면서 비선 권력실세라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범상치 않아 보이는 관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비서실장은 두 사람 관계에 대해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르고, 40년간 절친한 것도 아니다”고도 했다. ‘이 정권 권력 1순위는 최씨’라거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씨는 오장육부’라는 주장들과는 거리가 있는 해명이다.

▦ 최씨의 작고한 부친 최태민씨도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으로 충격에 빠져 있을 때 그의 위로 편지가 박 대통령에게 큰 위안이 된 게 계기였다고 한다. 두 사람이 주도한 구국봉사단활동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나돌고, 중앙정보부의 조사까지 이뤄졌음에도 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던 점에 비춰 소울 타이 수준의 영적 얽힘이 형성됐던 게 아닌가 싶다. 소문대로 박 대통령과 최씨의 특별한 관계가 사실이라면 그 영적 얽힘이 대를 이어 연결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엄정한 처벌’에 건강하지 않은 특별한 관계의 단절도 포함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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