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법개정안 확정… 종교소득 과세 방안도 추진
정부가 근로자 재산을 불려줄 목적으로 내년부터 도입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의 비과세 한도가 200만원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청년 정규직 근로자를 전년보다 늘린 기업에는 증가 인원 1명당 최대 50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청년고용 증대세제가 신설된다. 종교 소득을 법률로 규정해 세금을 물리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소득세법, 법인세법 등 15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대기업의 비과세ㆍ감면을 줄여 세수를 확충하면서 청년 고용을 창출하고 소비진작 및 투자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개정안은 오는 26일까지의 입법예고와 9월 초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뒤 올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자의 원활한 재산형성을 돕기 위해 ISA를 도입하기로 했다. ISA는 계좌 하나에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근로ㆍ사업소득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2,000만원까지 5년간 적립할 수 있고, 만기인출시 이자ㆍ배당소득 등 모든 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한 순수익에서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0만원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9%의 세율로 분리과세할 방침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3년 동안 ISA 제도를 운영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서민ㆍ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율을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반 임대는 20%에서 30%로, 준공공 임대는 50%에서 75%로 각각 감면율이 조정된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60세 정년제’ 여파로 한층 심각해진 청년실업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청년고용 증대세제’라는 파격적인 세제지원 대책도 마련했다. 이 제도는 전년 대비 청년 정규직 근로자를 늘린 기업에 증가 인원 1명당 최대 500만원(중소ㆍ중견기업)에서 최소 250만원(대기업)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고용이 급격히 감소하는 ‘고용절벽’ 현상이 이미 현실화한 점을 고려해 올해부터 당장 이 제도를 시행해 2017년까지 3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기업 비과세·감면혜택을 축소키로 하는 등 이번 세법 개정안에 다양한 세수 확충 대책을 담았다. 아울러 과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연내에 종교인 과세의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종교소득’을 법률로 명문화하고, 소득이 많은 종교인에게는 법률에 근거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세금 탈루원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서는 관련 세제를 한층 강화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관련 비용을 경비로 인정해 면세혜택을 주기로 했다.
민간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우선 1년간 한시적으로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TV, 냉장고, 세탁기 등 대용량 가전제품과 녹용, 로열젤리, 향수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폐지키로 했다. 가구, 카메라, 시계, 가방, 귀금속 등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고가품에 대한 개소세 부과 기준가격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서 미용성형 수술을 받을 경우 내년 4월부터 1년간 부가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
원화 강세를 완화하고 해외투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해외주식 매매 및 평가,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하는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펀드에는 1인당 3,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세제 지원도 이뤄진다. 정부는 기업 간 주식 교환시 주식양도차익 과세를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미뤄주고, 합병으로 중복자산을 처분할 때는 자산양도차익에 대해 3년 거치ㆍ3년 분할 익금산입 방식의 과세이연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다가오는 청년고용 절벽과 수출감소에 따른 내수 부진을 세제로 어떻게 보완할지에 역점을 뒀다”며 “이번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고소득자·대기업의 세 부담은 연간 1조500억원가량 늘어나고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 세 부담은 1,500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연간 1조892억원 규모의 세수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