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저의 의심치 않을 수 없어”
심상정 “조건 없는 회담 납득 불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깜짝 제안과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 수용으로 일대일 단독 영수회담이 성사되자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14일 추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회담을 즉각 취소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두 당은 사전 양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절차도 잘못됐을 뿐만 아니라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에게 제1야당이 직접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심을 대변해야 할 정치권이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민의와 어긋난다는 얘기다. 자칫 박 대통령을 향해 공동 전선을 펴며 다졌던 야권 공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ㆍ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 야3당 대표 회담이 예상되고 있는데, 아침에 느닷없이 추미애 대표가 한광옥 비서실장을 통해서 양자회담으로 결판내자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면서 “야권 공조는 어떻게 하고, 야권의 통일된 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요구할 때 추 대표가 조건을 걸어 반대하지 않았나”라며 “아무런 조건도 없는데 역으로 회담을 제안하는 문법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회담 제안 이유에 대해 “제 1야당 대표로서 촛불집회의 민심을 박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지난 토요일(12일) (촛불집회에) 모인 민심이 과연 그것(양자회담)을 바라는 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도 “민주당은 그 동안 하야를 하야라 부르지 못하는 오락가락 행보로 국민 마음을 어지럽혔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수습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당은 특히 추 대표의 ‘돌출 행동’이 박 대통령의 노림수에 걸려든 것이라며 회담 이후의 거센 역풍을 우려했다. 박지원 대표는 “야권은 분열되고, 그럼 대통령의 임기는 살려갈 수 있다는 ‘대통령의 덫’에 우리가 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 대표는 “박 대통령이 어디 의지할 때가 없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1야당 대표가 맥락 없이 제안하니 얼마나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하겠나”라며 허탈해 했다.
일단 이날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법안 합의 처리 발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관련 야3당 국방위원 공동 기자회견 등은 예정대로 열렸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일대일 영수회동에 대한 거센 반발로 향후 야권 공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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