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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검증 없는 의료 인공지능(AI), 환자에게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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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검증 없는 의료 인공지능(AI), 환자에게 독”

입력
2018.01.2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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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서울아산병원 교수, 의료 AI 임상검증 논문에서 주장

MD앤더슨암센터 ‘왓슨’ 취소…식약처, 의료기기 불인정 등 ‘산 넘어 산’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인공지능(AI) 의사인 '왓슨'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인공지능(AI) 의사인 '왓슨'을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공지능(AI) 바람이 진료실에도 불고 있는 가운데 임상 검증 없는 의료 AI는 오히려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호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8일 영상의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 ‘영상의학(Radiology)’에 게재한 논문(‘임상검증 방법론에 대한 종합적인 가이드’)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이 논문에서 세계 최초로 환자상태 판별, 질병진단, 예후ㆍ예측을 보조하는 AI 의료시스템의 임상검증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의료 AI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과 의료정보 산업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AI 의료기술이 환자에게 적용될 때 얼마나 정확하며, 안전한지에 대한 임상검증은 간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의료 AI의 임상검증은 단순히 AI 알고리즘 정확도를 확인하는데 그치지 말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이득인지를 검증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 AI의 임상검증은 기술검증과 달리 의료 AI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고도의 의학ㆍ연구방법론적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임상적 유용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AI 기술을 도입하면 오진 등 환자에게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고 의료비가 불필요하게 올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협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빅데이터와 AI 시대에 만들어지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궁극적으로 환자 진료를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엄격한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의료계에 AI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가천대 길병원이 국내 최초로 IBM AI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하면서다. 현재 전국 6개 대학병원에서 AI 의사 ‘왓슨’을 도입해 ‘재미’를 보고 있다. 비만클리닉 365mc도 지난해 9월 한국MS사와 손잡고 개발한 AI 지방흡입기술인 ‘MAIL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18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2018년도 업무계획'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유망한 로봇 및 AI 신기술이 진료 현장에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평가를 마련하겠다”고 해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의료 AI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도 없지 않다. 세계 최고 암센터인 미국 MD앤더슨 암센터가 지난 2016년 9월 IBM과 함께 2012년부터 공동 개발하던 왓슨 프로그램에서 손을 뗐다. 임상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문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11월 왓슨을 의료기기로 분류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로 인해 국내 의료용 빅데이터 및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의료기기로 전혀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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