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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양서 시시각각 핫라인 지시… 결국 '꼬인 매듭'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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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양서 시시각각 핫라인 지시… 결국 '꼬인 매듭' 풀었다

입력
2015.08.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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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남북 고위급 접촉이 나흘째로 접어든 25일 새벽 1시 10분. 짙은 어둠을 뚫고 통일대교에 남측 협상 대표단을 태운 차량이 경찰차와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이 빠져 나오기 직전, 청와대는 남북한의 협상 타결 소식을 공지했다. 2차 접촉을 재개하기 위해 판문점으로 들어간 지 33시간, 1차 접촉 10시간 까지 포함하면 43시간이 걸린 “판문점의 옥쇄작전”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南 최후통첩에 北 수용 여부 진통, 심야 극적 타결

합의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은 24일부터 감지됐다. 우리 정부가 이날 1시 북한의 지뢰 도발 사건과 관련한 부상 장병들의 유감 표명을 골자로 한 사과와 이를 수용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최후통첩을 보내며 협상은 막바지로 치달았다. 판문점 주변에선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결단”이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이후 북측 협상 대표단이 회담장을 떠나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4시간 가량 협의를 한 뒤 5시 30분부터 양측의 막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밤늦게까지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한때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지만, 북한이 우리 측의 요구를 수용하며 극적 타결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번 고위급 접촉은 시작만 웃었을 뿐, 과정 자체는 진통의 연속이었다. 22일 오후 6시 30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미소짓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회담을 시작한 남북 대표단은 약 10시간 후인 23일 오전 4시 15분에 한 차례 정회(약 11시간)한 뒤 25일 새벽까지 30시간이 넘는 강행군 협상을 이어갔다. 회담이 전례없이 길어지는 것은 협상 고비마다 남측은 청와대에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북측은 평양으로부터 훈령을 받기 위해 협상을 멈추고 대기하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었다.

2차 접촉이 시작된 23일 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 국장 간에 비공개 1대1 수석대표 접촉도 이뤄진 지기도 했다. 공식 회의장인 ‘평화의 집’이 아닌 별도 장소에서 배석자 없이 만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석대표간 최종 담판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회담 도중 얼굴을 붉히거나 거센 설전이 오간 경우도 수 차례 있었다고 한다. 북측은 최고존엄과 체제에 위협이 되는 대북 심리전 방송의 중단과 확성기 철거를 강력 요구했고, 우리 측은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평균 연령 64세’ 체력전 방불… 깜깜이 협상 비판도

나흘간 이어진 마라톤 협상의 진행 상황을 정부가 철저히 보안에 부치면서 ‘깜깜이 협상’이란 비판도 나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3일 새벽 1차 접촉 정회를 알린 이후 정부는 회담에 대한 공식ㆍ비공식 브리핑을 자제했다. 민 대변인은 두 번째 밤샘 협상을 이어간 24일 오전 브리핑에서도 “이 시간에도 남북 대표가 장시간 팽팽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것 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회담이 전례없이 길어지면서 ‘평균연령 64세’인 양측 대표단의 체력도 관심사였다. 회담 대표 가운데 최고령은 올해 73세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으로 오랫동안 북한의 외교ㆍ대남분야를 담당한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다리수술을 받은 사실이 전해질 정도로 건강이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양측 수석대표인 김 실장과 황 국장은 66세 동년배로 일흔을 바라보고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51세로 가장 젊지만 1차 접촉을 마친 대표단을 지켜본 정부 관계자가 “네명 중 가장 젊은 홍 장관의 얼굴도 누렇게 떴더라”고 말할 정도로 마라톤 협상은 고도의 체력전을 방불케 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남북고위급접촉을 마치고 25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건너는 뉴스를 연천군 중면사무소 직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남북고위급접촉을 마치고 25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건너는 뉴스를 연천군 중면사무소 직원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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