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폐인사랑협회를 만들어 이끌어온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조금 지치기도 해서 한 발 빼려고 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이렇게 상을 주시네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더 하라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직(61ㆍ사법연수원 12기)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는 19일 법조언론인클럽으로부터 ‘2015년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기 전 서울 수송동 KCL 사무실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발달장애인법 입법 추진과 봉사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의 인권 보호와 신장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돈이 되지 않는 공익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우리 법인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자폐성 장애인의 대부’로 통한다. 판사 재직 시절 선배 법조인들과 함께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었고 변호사 개업 후에는 자폐성 장애인을 대변하는 단체를 만들어 10년째 이끌고 있다. 2014년 4월 발달장애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 해 말 법조협회는 김 변호사에게 법조봉사대상을 수여했다.
그가 발달장애인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30년 전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뒤였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협회를 만든 건 아니었다. “아들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발달장애가 가장 어려운 장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을 더 쓰는 것입니다. 발달장애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신체적 장애의 경우 기자재 등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혼자서도 지낼 수 있는 반면 자폐성 장애인은 하루 종일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 해요. 그래서 가족에게 더욱 힘든 장애입니다.”
국내에 정식으로 등록된 자폐성 장애인의 수는 2만명 안팎이다. 가족의 장애를 외부에 알리기 꺼려해 등록하지 않는 일이 많아 실제로는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 변호사는 “법 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중앙과 지방 도 단위에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만들어 예산도 잘 지원하고 집행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는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아울러 이른다. 자폐는 장애의 정도나 증상이 천차만별이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른다. 지적 장애와 달리 단체 교육이 불가능해 일대일로 맞춤형 교육과 보호를 필요로 한다. 비용과 시간, 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변호사는 “우리 협회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도 자폐성 장애를 돌보는 게 사랑이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판사를 그만둔 건 보다 자유롭게 복지 관련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명감 때문에 하는 일은 아닙니다. 착한 척하다 보니 착해졌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공익적인 일을 하다 보니까 점점 늘어났고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계속 하고 있는 거지요. 변호사여서 좋은 점도 있었죠. 제가 변호했던 기업에 사회공헌을 권유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려울 때마다 ‘귀인’이 나타나서 우리를 도와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협회가 발달장애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신탁관리위원회를 지난 14일 발족한 것도 성년후견인제도만으로는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김 변호사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고용 촉진 정책, 조기 개입을 위한 자폐성 장애 전문 치료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회 전반의 관심이다. “우리는 너무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며 살지 않나 싶습니다. 모두가 어렵게 살고 있지만 더 어려운 부분을 보듬는 게 필요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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