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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일본 동북부 ‘야생곰의 습격’

입력
2017.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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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반달곰. 연합뉴스 자료사진
포효하는 반달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야생 곰에게 습격당하는 피해가 속출해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곰의 먹이가 되는 너도밤나무가 풍작을 이뤄 영양 상태가 좋아진 곰이 새끼를 많이 낳으면서 개체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희귀한 곰이 간혹 시가지까지 내려와 활보하기도 한다. 인공음을 내면 곰이 다가오지 않는다는 기존 상식도 더이상 통용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키타(秋田)현 센보쿠(仙北)시에선 지난해 곰의 접근을 막는 것으로 여겨져 온 ‘곰 쫓기용 방울’을 달고 있던 61세 여성이 사망했다. 피해 여성은 당일 새벽 죽순을 캐러 산에 올랐다. 아키타현은 죽순의 명산지이며, 부드러운 식감으로 사람뿐 아니라 곰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성은 일행과 멀어진 뒤 국도로부터 30㎞ 떨어진 숲에서 곰과 맞닥뜨렸다. 방울 2개를 몸에 달고 있었지만 머리와 얼굴, 왼팔 등에 할퀴고 물린 상처가 참혹했다.

최근엔 곰이 자동차 엔진소리 같은 인공음을 들을 기회가 늘어 소리에 대한 경계심이 희미해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곰을 대비해 라디오를 들고 산에 오르는 경우가 많지만 소리를 알아차린 곰이 오히려 먹이가 근처에 왔다고 인식해 인간에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지난해 반달곰이나 불곰에게 습격당한 사상자는 전국에 걸쳐 105명에 달하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도호쿠 지방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동북 6현에서만 5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특히 아키타현 가즈노(鹿角)시에서는 남녀 4명이 반경 2.5km의 지역 안에서 잇따라 사망했다. 나중에 사살된 곰의 몸속에서 이들 사망자의 신체 일부가 나와 모두 같은 곰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방에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대신 맹수의 출현을 제어할 수 있는 젊은 인구가 줄면서 곰의 활동영역이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후쿠시마(福島)시 중심에 있는 시노부산에선 밤 10시쯤 자동차로 귀가하던 회사원이 1m 크기의 곰과 맞닥뜨려 혼절한 사례도 있다. 수십 건의 곰 목격 신고 중 발견 장소가 시가지인 JR사사키노역 주변인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키타현에선 곰의 발톱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을 쓴 채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르는 주민도 있어 당국이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죽순 채취가 짭짭할 수익원이 되기 때문이다. 한 번 산에 오르면 60㎏ 정도를 채취할 수 있고, 통조림업자에게 넘기면 7만~8만엔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부업으로 연간 200만엔 이상을 버는 사람도 있다.

일부 지역에선 곰들을 쫓아내려 맹수의 발자국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로봇까지 개발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당국은 “곰과 맞닥뜨리면 놀라거나 도망치지 말라. 곰은 인간보다 훨씬 빨라 달려가는 게 가장 위험하다”며 “노려보면서 천천히 뒤로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안전한 행동수칙”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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