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금 수익률 갈수록 하락
저금리 불구 채권 위주 투자 고집
국민연금 수익률 1%P만 높이면
기금 고갈 시점 8년 늦출 수도
국내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이 해마다 50조원 가량씩 몸집을 키워가고 있지만, 이를 운용해서 거둬들이는 수익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10년 전만 해도 기본 4%대, 높게는 6%대의 수익률을 거둬들였지만, 재작년엔 2%대, 그리고 지난해엔 가까스로 3% 수익률에 턱걸이를 하는데 그쳤다.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채권 위주의 안정적인 투자에만 매달리는 등 주먹구구식 운용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만 끌어올려도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5조원 이상 불어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재테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30일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외국환평형기금을 제외한 국내 63개 기금의 평균 여유자산 운용수익률은 지난해 3.01%에 그쳤다.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2013년(2.66%)보다 다소 호전됐지만 4%중반~6%중반을 오르내리던 2010년 이전(2005~2010년)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기록이다. 실제 2011년 이후 기금 여유자금 운용수익률은 평균 3.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5.25%)을 제외하면 지난해 5%대 수익률 기관은 전무하고 평균(3.01%) 이상 수익률을 거둔 기금도 전체의 3분의 1 남짓(62개 중 2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익률 하락의 배경으론 우선 금융시장의 저금리 환경이 꼽힌다. 국내 기금들은 전체 여유자금의 절반 이상(작년 기준 52.5%)을 채권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채권금리가 바닥인 상황에서 ‘안전한 채권 투자’만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도 1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린 유명 해외 연기금(네덜란드 연금 ABP 14.5%,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16.5% 등)의 경우 채권 투자 비중이 30% 안팎에 그치는 등 선제적인 투자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수천억원대 자금을 직원 1,2명이 전담하는 구멍가게 식 운영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고, 여론의 관심이 높은 일부 기금을 제외하면 투자 내역이나 결과 등을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 문화도 여전한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체 자산 중 여유자금 비중이 절반 이상(2013년 기준 53.1%)인 기금 운용수익률의 추세적 하락은 심각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 2060년 고갈이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고갈시점을 8년 늦출 수 있고, 2%포인트 올리면 고갈 자체를 피할 수 있다는 추정이 있을 만큼 향후 수익률 수준에 따라 미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사업의 재량범위는 크게 넓어진다.
전문가들은 기금 재테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시장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겠지만 최근 수년간 기금 수익률이 최소 5%대는 됐어야 한다고 본다”며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투자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금 여유자금이란
기금의 매년 수입과 지출간 불일치로 발생하는 지출 대기성 자금. 장단기 운용을 통해 사업비로 지출될 때까지 실질가치를 유지ㆍ증식시키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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