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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간편결제, 중국 공룡들이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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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 간편결제, 중국 공룡들이 노린다

입력
2015.06.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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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3억명 텐센트의 '텐페이', 인터파크·커핀그루·신라면세점 등

국내서 가맹점 확대 가속도… 알리바바도 '코리아페이' 출시 채비

카카오페이 등 아직 주도권 못 잡아

네이버페이·삼성페이 출시 예정된 하반기가 반전 위한 골든타임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거대기업들이 지난해부터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상당한 경험과 수억명의 이용자를 갖고 있다. 그만큼 국내업체들에게 버거운 상대인 이들이 국내에서 본격 서비스를 시작하면 고스란히 안방을 내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정보기술(IT) 및 금융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결제업체 텐센트가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텐페이’의 국내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텐센트는 지난해 말 텐페이를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의 중국어 사이트에 도입한 데 이어 최근 카페 커핀그루나루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었다. 이달 안에 신라면세점, 화장품 매장 이니스프리 등도 가맹점으로 등록할 예정이고,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텐센트는 여기 그치지 않고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호텔, 병원, 대형마트 등과도 가맹점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텐페이는 계좌에 돈을 충전해 놓으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를 이용해 바코드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가 3억여명으로 중국 결제시장의 약 20%를 차지한있다.

텐페이 결제 잔액을 운용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보유금만 9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결제 시장의큰 손이 됐다. 텐센트는 여기 그치지 않고 전체 가입자가 6억여명인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텐페이를 연동한 ‘위챗 페이먼트’로 빠르게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IT업계에서는 텐센트가 아직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서비스 중이지만 곧 한국인들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물류업 등이 발달한 한국을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면서 알리바바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달 마윈 회장이 직접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의 한국판인 ‘코리아페이’(가칭) 출시를 시사했다. 연간 거래 규모가 700조원인 알리페이는 중국 결제 시장에서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체 신용카드 가입자 수보다도 알리페이 이용자가 더 많다. 국내에서도 이미 중국인 대상 서비스를 시작해 서울 명동 등에 가맹점 2만여 곳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한국 공략을 본격화하면 국내 결제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사실상 ‘무주공산’이라는 점도 중국 업체들의 잠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LG유플러스와 다음카카오, NHN엔터테인먼트 등 굵직한 IT기업들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아직 확실한 주도권을 잡은 곳은 없다.

그러나 네이버의 ‘네이버페이’와 삼성전자 ‘삼성페이’가 각각 이달 말과 9월에 나올 예정이어서 아직 반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네이버페이는 결제뿐 아니라 송금, 마일리지 적립 등을 하나로 통합해 제공할 예정이다. 가맹점도 이미 5만여 곳을 확보했다. 삼성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마그네틱 보안전송(MST) 기술을 모두 확보해 기존 신용카드 결제기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가 나오는 하반기를 ‘골든타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기 전에 국내 기업들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은 페이팔, 텐센트 등 전문 기업에 구글, 애플 등이 가세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중국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공룡들의 국내 진출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업계에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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