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ㆍ13 총선의 전초전 성격인 공천 경쟁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에 완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천이 비박ㆍ친박계간 지분 나눠먹기로 전락하면서 현역 의원 대부분이 재공천 되고, 전직 의원들도 상당수 공천권을 따내 정치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보여준 깜짝 인재영입 또한 전략공천 가능성을 이유로 배제되면서 새누리당 공천을 향한 여론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공천에 실망한 보수 지지층이 투표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이 커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이 14일까지 발표한 공천 결과를 살펴보면, 현역 의원 중 공천에서 최종 탈락한 의원은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의원 157명 중 17명(10.8%)에 불과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6명을 포함해도 현역 교체 비율은 14.6%에 그친다. 19대 총선 당시 현역 교체 비율은 41.7%였다. 특히 더민주가 이날 친노계 좌장인 6선의 이해찬(세종) 의원까지 공천 배제 결정을 하는 등 현역 의원 20% 이상을 바꾸는 과감한 변화를 선택한 것과 대비된다.
상향식 공천을 앞세우며 도입한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 또한 현역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경선이 치러진 37곳 중 현역 의원이 참여한 지역구는 21곳인데, 현역 의원이 패한 곳은 5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상대적으로 지역기반이 약한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현역 의원이 패한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승률로 따지면 85.7%나 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상향식 공천은 오랫동안 지역에서 얼굴을 알린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명분은 좋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현역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은 실패했다”고 입을 모은다. 윤 센터장은 “정치 불신이 워낙 커 유권자는 기득권을 쥔 정치인이나 상징성이 큰 인물을 교체하는 변화를 높게 평가한다”며 “그런 면에서는 더민주의 공천이 대중에게 준 임팩트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무성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지키지 못했고, 친박계는 윤상현 의원 막말 녹취록 파동으로 비박계 물갈이를 밀어붙일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며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공천이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 공천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을 “야당을 이기기 위한 공천이 아닌, 계파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천을 한 탓”이라고 꼽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살생부 파문, 공천 여론조사 결과 유출, 윤상현 막말 녹취록 파동 등 새누리당 내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권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총선을 결국 다음 대선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천개혁은 계파정치 청산이 핵심인데, 어느 총선보다 개혁공천이 화두였지만 결과는 최악인 것 같다”며 “결국은 정치권이 국민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번 공천에서는 이렇다 할 인재영입도 없었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층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선거는 볼게 없다며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