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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가 더 할 일, 그만 할 일

입력
2016.07.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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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수십만 가지의 정부기능은 대체로 사회통합, 질서유지, 집행, 생산기능으로 분류된다. 이 중 정부는 무엇을 더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해야 할까.

먼저 사회통합기능은 교육, 복지, 환경 등 사회적 형평성과 국민행복을 높이는 기능이다. 우리의 형평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나쁜 편은 아니다. 문제는 형평성을 위한 재정의 역할이 OECD 최하위 수준이란 점이다. 사실 18%의 조세부담률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다. 증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세먼지, 여가 활용 등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부 역할도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의 사회통합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질서유지 기능은 국방 경찰 소방 등 사회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우리의 치안은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생 환경 교통 등 사소한 범법행위는 만연하며 국민안전 위해 사례도 빈발한다. 잘 단속되지 않거나, 걸려도 손해가 별로 없다면 범법행위는 늘어난다. 질서유지를 위해선 교육과 함께 단속강화나 범칙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법은 지킬수록 손해라는 인식으론 선진국 되기 어렵다. 서민 배려는 필요하나 범법행위까지 눈 감아 주는 건 옳지 않다. 정부의 질서유지 기능은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집행기능은 정부가 스스로를 관리하는 기능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조정 역량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늘 부처 간 이견이 있게 마련인데 이를 잘 조율해 내지 못하면 정부는 늘 현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현상유지만 하는 국가에는 발전이 없다. 정책조정, 정부개혁 등 정부의 집행기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끝으로 생산기능은 민간 기업을 지원하거나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발주하는 기능이다. 산업부 미래부 농림부 국토부 해양부 중소기업청의 주 업무다. 모두 기업에 돈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정부가 가장 열심히 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생산기능은 정부에 즐거움을 준다. 누구에게 돈을 줄까 고르는 일은 힘의 원천이다. 퇴임 후 갈 자리도 마련된다. 경제 살린다는 명분까지 있다. 그 결과 기업지원은 과잉이 되어 민간 활력을 저하하고 있다. 대우조선 사태는 그 단면이다.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역시 전반적 과잉투자 상태다. 정부의 생산기능은 크게 축소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정부는 생산기능은 줄이고 사회통합, 질서유지, 집행기능은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다. 생산기능에 비해 나머지 기능은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통합 위해 사회보장 늘려 봐야 고맙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질서유지 위해 열심히 범법행위 단속하면 서민 괴롭힌다고 비난받는다. 정책조정 등 집행기능을 열심히 하면 타 부처와 갈등이 빚어진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기업에 돈 주는 생산기능에 몰두해 왔다. 예산의 기능별 구성을 보면, 우리의 생산기능은 OECD 평균보다 현저히 높은 반면 사회통합기능은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금은 정부기능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때다. 정부의 생산기능에 속한 인력을 다른 기능들로 이동시켜야 한다. 즉 부처 간 인력 대이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정부기능은 그대로 두고 기능 간 그룹핑, 즉 조직개편에만 몰두해 왔다. 피자 맛은 자르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피자의 재료와 배합을 바꾸어야 한다. 즉 정부의 조직개편보다 기능개편이 훨씬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직자 대상 교육훈련 개혁도 준비해야 한다.

정부기능의 패러다임 변화는 예산편성에도 반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재정확대기엔 생산기능 예산이 증가하게 된다. 재정확대 방법으론 기업지원과 사회기반시설 건설이 제일 쉽기 때문이다. 줄일 기능에 예산증액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산이 장기적 안목으로 정부기능의 패러다임 개편을 지원하길 바란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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