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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美의회 연설 앞두고 한일 '워싱턴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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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美의회 연설 앞두고 한일 '워싱턴 외교전'

입력
2015.04.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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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과거사 사과" 여론 환기 전력

美 언론ㆍ의회서도 압박 수위 높여

日은 회피 움직임 속 추이에 촉각

일부선 "출구전략 필요" 목소리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에서 한국과 일본이 연일 총력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측은 아베 총리의 의미 있는 발언을 유도하기 위해 미국 조야의 여론 환기에 주력하는 반면, 일본은 미국에 내줄 ‘선물 보따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한국의 요구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23일 워싱턴 외교가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상ㆍ하원 합동연설(29일 예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회피하려는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미국 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의 성토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20일 사설에서 한국 입장을 전적으로 반영해 아베 총리를 비판한 데 이어, 워싱턴포스트(WP)도 방미 중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인터뷰 기사를 23일자로 게재했다. 보수매체인 위클리 스탠더드와 극보수단체인 티파티의 웹사이트인 ‘레드 스테이트’도 의회 연설을 연기하라는 주장을 내놨다.

마이크 혼다, 찰스 랭글 등 동아시아 사정에 밝은 미 의원 6명이 한꺼번에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죄를 요구하는 등 의회 차원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한 소식통은 “일본과의 안보협력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적 행태에 미국 주류 사회도 불신이 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시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 차원에서 아베 총리의 방미가 다뤄져야 한다는 우리 측의 계속된 설명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겉으로는 버티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 대사는 최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과 대화하러 오는 것이지, 반드시 다른 나라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 고개 숙일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심상찮게 돌아가는 미국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연설문을 준비 중인 측근들이 수시로 워싱턴 분위기를 점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험악해진 미국 여론을 의식, 방미 기간 예정된 미국 대학생이나 민간인과의 간담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과거사 언급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워싱턴에서 한일 외교 대결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출구전략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저지’의 중요성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면서 대미 외교에서 국익과 직결된 다른 사안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일부 미국 측 인사나 기관이 일본과의 갈등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우리 측에 과도한 영향력이나 경제적 부담을 지우려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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