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서울시 ‘청년수당’에 맞불
月 20만원 지급 계획 졸속 논란
“직업교육 받는 데 활용을” 지적도
“구직수당을 실비로 지급하면 토익 시험은 여전히 못 보는 것 아닌가요? 크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서울 소재 대학교 4학년인 정모(26)씨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취업성공패키지 구직수당을 “탁상행정의 결정체”라고 표현했다. 고용부는 12일 취업성공패키지 3단계(취업 알선)과정에 참여 중인 청년들에게 청년희망재단 기금을 활용해 월 20만원씩 3개월간 최대 6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들은 이를 두고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가 서울시의 청년활동비(청년수당)로 옮겨가자, 이에 불안을 느낀 고용부가 급조된 정책으로 ‘맞불’을 놓은 것일 뿐 실제 취업 준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비로 지급하는 구직수당은 어학시험 등 ‘취업필수스펙’ 준비에는 사용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씨는 “정부는 (구직수당을 통해) 면접용 정장이 없거나 교통비가 부족해 취업을 못하는 이들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청년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취업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라며 “구직수당을 실비로 주기보다 차라리 토익 학원비 월 30만원, 응시료 4만원 등으로 쓸 수 있게 해주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련 과목이 부족한 취업성공패키지의 한계를 차라리 구직수당으로 보완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나리오 작가를 준비 중인 박효영(32)씨는 “취업성공패키지는 예술분야 관련 취업 알선과 직업 훈련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참여자가 구직수당으로 직업교육을 받는 등 구직수당의 활용방안은 무궁무진한데 정부가 이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취업성공패키지의 개선사항으로 교육ㆍ훈련기관의 선택 범위 다양화(42.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청년들은 정부의 계속되는 ‘헛발질 정책’이 청년을 대하는 그릇된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양모(28)씨는 “정부는 현금을 지급할 경우 부정수급자가 늘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청년 전체를 잠정적 부정수급자 취급하고 있다”며 “취업에 목매달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고용부가 올해 4월 발표한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장기근속을 유인하기 위해 취업 성공 후 2년간 정부와 기업이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 역시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고 개선하기보다, 돈으로 청년을 잡으려는 실적위주의 미봉책”이라고 말했다.
정병순 서울연구원 협치연구센터장은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한 청년들을 면담해보면 훈련 과목 선택이 제한적이고 훈련 환경 역시 열악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결국 대안은 서울시의 청년수당처럼 제약조건을 줄이고 청년들의 자율에 맡기는 구직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