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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채용청탁 자체만으론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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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채용청탁 자체만으론 처벌 못해

입력
2018.04.0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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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밝혀져야 업무방해죄 등 적용

정부 직권조사 권한도 없어

채용비리 적발 구조적 어려움

지난해 11월 6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7 글로벌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지난해 11월 6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7 글로벌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참가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정부의 채용비리 척결 대상은 주로 공기업, 금융회사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정부 산하 중앙공공기관 275개 중 18곳을 제외한 257개 기관(93%)에서 채용비리를 밝혀내고, 5개 시중은행에서 수십 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한 것은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이뤄져 가능했다. 반면 기업 채용비리는 내부자의 직접 제보 없이는 적발하기가 어려운 구조이고 청탁 자체를 가로막을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근절이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은 각각 정부, 금융감독원이 관리ㆍ감독하도록 법에 근거가 있지만, 민간기업은 정부가 채용비리를 직권 조사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민간기업 채용비리는 검찰이나 경찰이 나서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기업이라도 사규에 따라 공개채용이 원칙이고 규정된 절차에 따르도록 돼 있다면, 위력이나 위계에 의해서 절차를 위반하고 면접점수를 바꾸었다든지 할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며 “불이익이 예상돼서 어쩔 수 없이 취업청탁을 들어줬다면 강요죄도 될 수 있는데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지원자에게 점수를 더 주는 등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청탁이 관철되지 않았다면 사기업에 인사 청탁을 했다는 것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거나 처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채용ㆍ승진ㆍ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관해 법령을 위반하여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사기업은 대상이 아니다. 다만 사기업 중 언론사는 청탁금지법 대상이기 때문에, 언론사 인사 청탁은 금지한다. 검찰 수사를 받은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가 공개되면서, 노골적으로 취업청탁을 하는 언론사 간부들이 드러났지만 이 청탁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게 돼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채용 관련 부당 청탁ㆍ강요 및 금전ㆍ향응의 제공ㆍ수수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개정안의 구체화 과정과 국회 통과 여부를 지켜봐야겠지만, 민간기업 취업 청탁 자체도 제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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