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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교육부 장관이 집중해야 할 일

입력
2017.06.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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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ㆍ중ㆍ고 12년을 학력고사 하루를 위해 희생한 나는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협력해야 마땅한데 경쟁의식이 발동하고 다른 의견은 오답처럼 여겨져 비난하려고 들며 창의적인 생각을 접하면 불안해진다. 아주 짧은 시험시간의 결과가 긴 시간의 학교생활, 특히 수업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함께 하는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혼자 보는 시험에만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나중의 반창의적 시험 결과보다 지금 수업시간에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야 창의력이 길러지지 않을까. 비판적 사고력을 발휘하려면 출제의도에 맞는 정답 고르기, 시험을 의식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토론에 적극 참여하고 협력하면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열중하려면 그런 노력이 시험성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겨야 하지 않을까. 오래 나간 진도를 짧은 시험을 통해 평가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학교 수업시간에 계속 만나는 선생님이 학교 밖에서 가끔 만나는 학원 강사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학생들이 느껴야 학교수업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학교의 긴 수업이 아주 짧은 시험 때문에 엉망이 되지 않으려면 수업시간에 평가가 이루어져야만 하고 당연히 출제자가 아닌 수업하는 교사가 평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달라진 수업에서 달라질 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오직 문제풀이만을 위한 죽은 지식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에 직면할 문제를 놓고 서로 협력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같이 수업하지만 시험에서는 경쟁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기 의견을 발표하고 토론하여 더 좋은 생각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이 그려진다. 성적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교실이 아니라 모두가 존중 받는 교실에서 함께 어우러져 공감하고 소통하는 공동체에서 탄생할 민주시민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학력의 대물림과 격차 문제,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 학습부진아 문제들도 해소될 것이다. 성적 경쟁이 지배하는 삭막한 교실 장면에서나 등장하는 문제이기에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수업에서 달라질 학생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수능과 교과 성적의 절대 평가,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학생부종합전형을 지지하는 이유는 모두 수업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선결과제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한다. 교사가 ‘핵심’이고 나머지는 모두 ‘주변’이다. 대통령, 장관, 교육감, 교장 모두 주변임이 분명하다. 주변이 모두 핵심인 교사들이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는 대부분 공교육, 교사 불신을 전제한다. 국민 대부분이 학창시절에 경험했듯, 나도 교사들을 불신한다. 하지만 달리 방도가 없지 않은가. 교사를 믿지 않고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 죽어 있는 교실을 어떻게 살릴 수 있단 말인가. 관리자 눈치 보기, 승진 욕망, 행정잡무 등을 모두 제거한 상태에서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교사들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평가권을 가진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교사들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교사 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문화를 총동원하여 교사를 신뢰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달라질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정책은 멀고 교사는 가깝다. 학생들이 학교수업에서 교사들에게 진정 배우고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지금 절실하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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