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 존재감 줄어 위기감, 대안야당 위해 저를 던졌다" 비장
철새 정치인 논란 극복 여부 주목
장고를 거듭하던 정동영(DY)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쉽지 않은 승부라는 우울한 전망과 ‘야권 분열의 책임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그는 30일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선언했다. DY의 정치적 이미지에는 탈당과 복당을 거듭했던 정치인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은 판에 또다시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그의 승부수가 성배가 될지 독배가 될지는 관악을 유권자들의 손에 달린 형국이 됐다.
정 위원장은 이날 출사표를 던지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인재 영입에 실패했고 광주, 관악을, 성남, 인천 어디에도 후보를 내지 못했다”며 “재보선 결과에서 빈 손으로 제대로 된 대안 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저를 던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특히 개인 이익이 아닌 국민모임 전체를 위한 ‘희생’임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의 핵심 측근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국민모임 구성원 모두가 정 위원장의 출마를 원했다”며 “설사 나가서 지더라도 안 나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모임 내부에서 정 위원장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내년 총선에서 원내 교섭 단체(20석) 구성을 목표로 하는 국민모임 입장에서는 이번 재보선에서 바람몰이가 절실하다. 국민모임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에 후보 한 명 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경우 총선까지 가기도 전에 존재감은 줄어들고 조직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선거에 당선된다면 정 위원장은 새정치연합의 대안 세력을 형성하는 중심 역할을 하며 내년 총선에 더 큰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Y라는 브랜드에는 ‘철새 정치인’이라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로 그의 행보는 적지 않은 논란을 남겼다. 2009년 재보선에서 공천을 둘러싸고 정세균 대표 체제의 지도부와 갈등을 빚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에 출마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배지를 달고 돌아와 복당했지만 ‘어지러운 발자국’을 남겼다는 평가가 많았다. 야권의 중진 의원은 “억울했더라도 자신 역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당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불과 2년 전 대선 후보로 나섰던 당을 위해 기다리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거 때마다 공천을 놓고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지역구를 이곳 저곳 옮긴 행적도 도마에 올랐다. 그에 대한 평가는 “DY의 대중적 인지도와 무게감을 제 1야당이 수용하지 못했다”는 동정론과 “자신을 버리지 못한 정치인의 전형”이라는 반대론이 엇갈리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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