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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창 추위

입력
2018.02.08 15:3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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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은 메밀의 고장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명한 게 황태다. 전국 황태의 대부분이 인접한 인제와 평창에서 나온다. 겨울 동안 명태를 덕장에 걸어 얼리고 말리고를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황태는 그래서 강풍과 추위, 차가운 눈이 필수다. 황태 속살의 부드럽고 쫄깃함, 풍부한 영양은 이런 인고의 세월을 견딘 덕이다. 냉동과 해동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칼슘, 단백질 등 양질의 영양만 쌓이는데, 일반 생선의 2~5배 정도로 풍부하다. 불면증과 편두통, 고지혈증에 좋고, 면역과 기억력 향상에도 효능이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플라자는 원래 황태 덕장이 있던 자리다. 바람과 추위가 거셀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설비용과 시간을 줄이느라 지붕을 만들지 않아 해발 700m 고원지대의 겨울 혹한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3일 밤 모의 개회식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까지 떨어져 관객들이 저체온증에 걸리는 등 황태 신세가 됐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도 죽을 맛이다. 라면이 얼어붙고 발이 꽁꽁 어는 등 혹한 체험담이 줄을 잇는다. 당국의 열악한 지원에 “북한 선수는 환대하면서 이럴 수 있느냐”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 동계올림픽의 가장 큰 적은 따뜻한 날씨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올림픽은 날씨가 너무 더워(?) 스키 슬로프에 진짜 눈과 인공 눈을 섞은 짚더미를 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반면 가장 추웠던 동계올림픽은 영하 11~12도를 기록했던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다. 날이 추우면 설질(雪質)이 좋아져 선수들에게는 낭보지만 바람이 분다면 전혀 다른 얘기다.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월드컵 스키 대회는 강풍에 선수들이 출발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11년 대륙간컵 스키점프 대회에서는 미국 선수가 뒤에서 분 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져 그 뒤 한동안 국제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 평창은 고구려 때는 ‘욱오(郁烏)’, 신라 때는 ‘백오(白烏)’로 불리다 고려 때 지금 이름이 됐다고 한다. 모두 ‘융성하고 상서롭다’는 뜻이다. 임금이 종묘를 잘 받들면 길조인 흰 까마귀가 나타난다는 옛 문헌의 기록도 있다. 다행히 올림픽이 개막하는 9일 날씨는 조금 풀려 영하 5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보다. 지명대로 흥을 부르는 평창올림픽이 됐으면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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