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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하수체종양, 콧속에 초소형 내시경 넣어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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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하수체종양, 콧속에 초소형 내시경 넣어 제거"

입력
2018.03.05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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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갑자기 나빠지고

안경 바꿔도 소용 없으면 의심

단 2~3시간이면 수술 마쳐

기존 두개골 여는 수술보다

안전성 높고 재발률도 낮춰

통증 적고 다음날 퇴원 가능

강동경희대, 핫라인 상담 운영

진단에서 퇴원까지 열흘 이내

뇌하수체(腦下垂體)는 뇌 아래쪽에 있는 완두콩만한 내분비기관이다. 호르몬 대사를 총괄하기에 ‘내분비계의 중추’로 불린다. 뇌하수체는 전엽과 후엽으로 구분된다. 전엽에서는 성장, 유즙분비(프로락틴), 성선자극, 갑상선자극, 부신피질자극 등 5개 호르몬이 분비되고, 후엽에서는 항이뇨, 옥시토신 등 2개 호르몬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기능을 방해하는 질환이 바로 뇌하수체종양이다. 뇌종양의 10~15%나 된다. 종양을 제거하려면 흔히 머리를 여는 수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콧속에 내시경을 넣어 흉터도 남기지 않고 뇌종양을 없애는 수술이 주목 받고 있다. 환자 콧구멍에 지름 4㎜ 정도의 아주 얇은 내시경과 미세수술기구를 넣어 종양을 없앤다.

강동경희대병원 ‘내시경 뇌종양 클리닉’을 이끌고 있는 이승환(43)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콧구멍으로 넣은 고해상도 내시경을 이용하기에 수술시야가 넓혀져 흉터를 남기지 않고 2~3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뇌하수체종양은 대부분 느리게 증식하고 다른 장기로 잘 전이되지 않아 조기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뇌하수체종양은 어떤 병인가.

“머리에는 뇌하수체종양을 비롯해 뇌수막종 두개인두종 청신경초종(이상 양성 종양), 신경교종 뇌전이암 수모세포종(악성 종양) 등이 생긴다. 뇌하수체종양은 뇌수막종, 신경교종에 이어 뇌에서 세 번째로 많이 발병해 전체 뇌종양의 10~15%를 차지한다. 최근 5년 새(2012~2016년) 환자가 34%(1만6,343명→2만1,846명)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6년에는 여성(13만3,946명)이 남성(7,900명)보다 1.7배 많았다. 발병 연령이 30~50대로 다양한데 특히 여성은 5명 가운데 1명이 30대다.

뇌하수체종양은 아직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기능성’(60~70% 차지)과 호르몬 분비와 관련 없는 ‘비기능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기능성 뇌하수체종양이 생기면 호르몬 이상으로 생리불순, 성기능장애(발기부전)가 생긴다. 얼굴 모양도 변하며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커질 수 있다(말단비대증). 팔다리는 가늘어지는데 몸통은 살이 쪄 굵어지는 증상(쿠싱증후군)이 생길 수도 있다.

방치하면 종양이 점점 커져 주변 신경을 압박해 두통과 구토 등이 생길 수 있다. 종양이 커져 시신경을 압박하면 바깥쪽부터 잘 보이지 않는 시야장애가 생긴다. 운전 중 옆 차가 끼어드는 것도 보지 못한다. 시력이 갑자기 나빠져 안경을 바꿔도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뇌하수체종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어떻게 치료가 이루어지나.

“뇌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라고 하면 흔히 두개골을 열고 하는 수술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뇌하수체에 발생한 종양은 그렇지 않다. 뇌하수체종양은 코를 통한 접근이 가능하며, 두개골을 여는 수술보다 효율적이고 회복도 빠르다. 최근 내시경 발달로 탁월한 수술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뇌하수체종양 치료에는 종양 종류ㆍ크기ㆍ위치에 따라 수술, 약물, 방사선요법 등 세 가지 방법을 쓴다. 뇌하수체종양은 대부분 수술이 원칙이다. 전통적으로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지만, 최근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법이 주목 받고 있다.

내시경 수술법은 4㎜ 정도로 아주 얇은 카메라가 종양까지 바로 접근해 내시경을 여러 각도로 바꿔 가면서 종양을 깔끔히 제거한다. 한쪽 콧구멍에는 수술 도구가 다른 쪽엔 카메라가 들어가므로 코에 흉터가 생기지 않고 2∼3시간 정도면 수술이 끝난다. 게다가 수술할 때 출혈이나 통증이 적어 수술 다음날 퇴원할 수 있다.

기존 현미경 수술법보다 수술시야가 더 넓어 종양 제거에 완성도와 안전성이 높아져 잔존 종양과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재발률은 5% 이하로 낮아졌고, 방사선수술과 같은 추가 치료를 하는 경우도 적어졌다. 이밖에 현미경을 이용한 수술보다 코 손상이 적어 회복이 빠르고 통증도 덜하다. 다만 좁은 공간에서 세밀한 조작으로 진행하는 고난도 수술이기에 내시경 수술을 전문으로 하며 상당한 경험을 쌓은 의사만이 시행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이 시행하는 뇌하수체종양 치료에 특별한 점이 있다면.

“뇌종양 치료를 위해 ‘내시경뇌종양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핫라인(02-440-7170)을 통해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경외과, 내분비내과, 이비인후과 교수 간 다학제 진료로 환자 맞춤형 치료계획을 수립해 진단에서 수술ㆍ퇴원에 이르기까지 열흘 이내 원스톱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머리를 열지 않고 종양을 제거하는 내시경 수술법이 강점이다.

뇌하수체종양 치료를 위해 ‘뇌하수체종양 다학제팀’을 구성해 모든 수술 과정에서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내분비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전문의와 논의해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법을 고안해 수술 정확도와 치료 만족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시행한 수술이 모두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고 있고, 95% 정도는 수술 후 재발 없이 좋은 예후(豫後)를 보이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뇌하수체종양을 의심해야 할 증상]

-손이 커져 반지가 들어가지 않고 발이 커져 신발이 작다

-얼굴 모양이 변형된다

-임신하지 않은 여성이나 남성이 젖이 분비된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성욕이 떨어진다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살찐다

-젊은 나이인데도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이 생겨 치료제도 효과가 없다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콧속에 4㎜ 정도의 얇은 고해상도 내시경을 넣는 수술로 뇌하수체종양을 치료하면 흉터도 남기지 않고 2~3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콧속에 4㎜ 정도의 얇은 고해상도 내시경을 넣는 수술로 뇌하수체종양을 치료하면 흉터도 남기지 않고 2~3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콧속에 내시경을 넣어 뇌하수체종양을 제거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콧속에 내시경을 넣어 뇌하수체종양을 제거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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