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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학대 신고, 공익신고자로 보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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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학대 신고, 공익신고자로 보호 필요"

입력
2015.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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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사정 아는 동료교사의 신고 땐 피해자 부모들보다 내용 정확해

재취업 불이익 받을까 고발 꺼려, 다른 아동학대보다 신고율 낮아

어린이집 아동 학대에 분노한 부모들이 19일 오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가슴에 녹색 리본을 단 채 아동학대 근절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인천=뉴시스
어린이집 아동 학대에 분노한 부모들이 19일 오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가슴에 녹색 리본을 단 채 아동학대 근절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인천=뉴시스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보육교사 등 신고의무자에 의해 드러났을 때 가해 교사에게 자격정지 등 강력한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부모 등 피해자가 신고했을 때보다 4배 가량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소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동료 보육교사가 가장 정확한 학대 행위를 파악할 수 있어 아동학대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작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신고의무자의 신고로 알려지는 비율은 전체 아동학대 사건에서의 신고의무자 신고율보다 10% 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아 폭생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 한 줄짜리 사과문과 함께 학부모의 항의 글이 붙어 있다. 인천=뉴시스
원아 폭생 사건이 발생한 인천 부평구의 한 어린이집에 한 줄짜리 사과문과 함께 학부모의 항의 글이 붙어 있다. 인천=뉴시스

문제제기를 한 보육교사들이 어린이집 원장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 길이 사실상 막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을 공익신고자로 보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김기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의 ‘한국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특성 및 아동보호서비스의 최종조치 관련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건에서 신고자가 동료교사(신고의무자)일 경우 학대 행위자에게 자격정지, 고소ㆍ고발 등 강력한 최종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4.0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대 아동의 성별, 발생 지역과 장소, 학대 유형, 중복학대 여부 등 10가지 영향 요인 중에서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학대 행위자에 대한 자격정지, 고소ㆍ고발 등 강력한 최종조치에 미치는 영향력의 상대적 크기를 분석한 결과다.

김 교수 팀은 보고서에서 “신고의무자의 신고 때 더 강력한 조치를 내릴 확률이 높다는 것은 학부모 등에 의한 신고보다 내용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신고의무자인 동료 교사들의 개입을 높이는 교육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사회복지학회에 제출됐다.

어린이집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충분한 검토 없이 각종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을 높이는 데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2010~2012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서 신고의무자가 신고했던 비율은 17.6%로 5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12월 전체 아동학대의심사례 신고의무자 신고율(28.5%ㆍ전체 3,635건 중 1,035건)보다 10.9%포인트 낮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처럼 아동학대는 보통 학대 수위가 높아지는 상습 범죄여서 동료교사 등 신고의무자가 학대 징후를 파악해 초기에 알려야 아동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력 7년차 보육교사 이영미(32)씨는 “조사 과정에서 신고한 동료교사를 계속 (사건에) 개입시키다 보면 결국 누가 말을 전했는지 알게 돼 아동학대 징후를 봐도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며 “교사가 (아동학대를) 신고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호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보육교사인 학부모 김혜린(39)씨는 “교사가 학대 원장을 고발하면 원장이 해고하거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조직에) 공유하면서 곤경에 빠질 위험이 크고, 동료교사간에도 서열이 있다 보니 그 지역에서 목소리 센 사람을 고발하면 보호받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고의무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관계 당국이 보호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신고의무자에 대한 신원보호나 관리조치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며 “보육교사뿐만 아니라 모든 신고의무 직군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업지원팀장도 “학대를 신고한 동료교사는 신고 뒤 신분 노출의 두려움과 색출됐을 때 받을 불이익 모두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어린이집 내부 관계자나 보육계 관계자들이 의심 정황만으로 신고자를 몰아세우는 걸 막기 위한 보호법안과 실효성 있는 당국의 보호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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