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총리대행, 국민 불안 차단
자택 격리자엔 1대 1 매칭 관리
"朴대통령이 국민에 알려라 지시"
기존 방침 바꿔 병원 이름 공개
박원순 시장 비판 때와도 다른 입장
정부가 메르스 발병 18일 만인 7일 확진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24개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확실한 통제가 가능하다. 과도한 걱정은 불필요하다”고 국민 불안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미 메르스가 통제불능 전국으로 확산되고 병원이름도 온라인 상에 모두 공개된 상태여서 늑장대응, 뒷북조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 정부 “지역사회 감염 없다”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은 이날 “현재 메르스가 병원 내의 감염수준이고 지역사회 확산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 수와 격리 대상자가 늘고 있지만 감염 범위가 병원 밖으로 더 이상 확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 방역 대상의 범위를 특정 지을 수 없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대처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최악의 상태로 치닫게 된다.
최 총리대행은 이어 "지자체·민간·군·학교 등 모두가 참여하는 총력 대응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메르스 차단의 최대 고비를 6월 중순으로 내다봤다. 메르스 증상의 잠복기가 최대 2주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메르스 환자로 의심돼 격리된 인원들이 별 이상이 없을 경우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시기다. 정부가 재난관리기금, 예비비 등 온갖 예산지원을 동원해 메르스 사태를 반드시 끝장내겠다고 장담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초전에 승부를 내겠다는 것이다.
최 총리대행은 그러면서 “실제 감염경로는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병원명단 공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 경유 병원을 함께 발표하는 것은 확진환자들의 이동경로를 정부가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환자 발생 병원의 명단을 공개해 병원 내 접촉자를 보다 능동적으로 발굴하고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자택 격리자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격리자 전원을 보건소나 지자체 공무원과 1대 1로 매칭해 책임 관리하는 체제를 신속히 구축하고 휴대폰 위치추적도 추진할 예정이다.
● 뒤늦은 공개에 뒷북 행정 비판도
하지만 최 총리대행의 이날 발표는 정부의 앞선 방침을 180도 뒤집는 것이어서 도리어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메르스 감염 의사의 동선을 공개하자 다음 날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 대응은 혼란만 초래한다”며 박 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국민들의 온갖 궁금증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정부가 알아서 비공개로 제대로 대응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최 총리대행은 이날 “지난 3일 박 대통령 주재로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점검회의가 열렸을 때 국민에게 알려서 조치를 철저히 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다른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각계의 병원 이름 공개 요구를 무시하다 뒤늦게 수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삼성 서울병원 등의 이름이 진작부터 공개돼 있었지만 정부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언론들은 A병원, B병원 등으로 이름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일부에서는 국제사회의 눈초리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8일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의 방한에 앞서 정부가 면피용으로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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