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작년 세계지리 8번 정답 없어" 대학 상대로 구체소송 줄이을 듯
서울고법이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3점)의 출제오류를 인정, “정답이 없다”고 판결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지난해 세계지리 응시자 3만7,684명 가운데 오답처리 됐던 50.11%의 점수가 무더기로 재산정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수험생들이 출제오류에 따른 불합격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각 대학에 별도 소송을 내야 할 것으로 보여 구제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평가원에서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적은 있었지만, 수능 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민중기)는 16일 김모씨 등 지난 해 수능시험 응시학생 4명이 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2014학년도 수능시험 정답 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등급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교육부장관에 대해서는 등급 결정처분을 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1심과 같이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을 고르는 문제였다. 평가원은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는 지문을 정답으로 봤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시점은 (문제) 지도에 표시된 2012년이 되고, 2010년 이후의 총생산액 및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평균총생산액이 EU보다 NAFTA가 더 크므로 이 사건 지문은 명백히 틀린 지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교과서에는 EU가 NAFTA보다 총생산량이 많다는 취지로 기재돼 있을 뿐 EU와 NAFTA의 연도별 총생산액 규모를 통계적으로 비교하지는 않았다”며 정답을 고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 원고 외에도 현재 18명이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22명은 점수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수정된 등급, 표준점수, 백분율 등을 토대로 불합격한 각 대학에 합격선 등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 등을 내서, 구제받을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만약 평가원이 정책적으로 8번 문제를 전부 정답 처리해서 점수를 재산정하기로 결정할 경우, 수험생들이 대규모로 구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평가원은 “판결문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재산정된 점수로 대학들에 소송을 내더라도, 국공립대의 경우 행정처분에 해당해 처분일로부터 90일 안에 소송을 내야 하는 등의 규정 때문에 실제 구제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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