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해 주요 업무를 보고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부처별 업무보고인데 두 부처가 핵심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한다. 문 대통령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꼭 실현해야 할 과제”라며 “방송사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문하는 등 방송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방통위가 내놓은 정책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1월쯤으로 예상되는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재허가와 종합편성채널 MBN의 재승인 심사 때 보도ㆍ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한 것이다. 직원 부당 해직 및 징계 여부도 따져 함께 반영하겠다고 한다.
불과 1년 전 업무보고 때만해도 방송의 규제 완화와 산업 진흥을 앞세웠던 방통위가 방향을 바꿔 공공성을 강조한 것은 공영방송인 KBS와 MBC의 파행과 관련이 깊다. 두 방송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세월호 사태, 국정원 대선 개입, 한일 위안부 협상, 교과서 국정화 등에서 권력의 뜻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다 신뢰를 잃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두 방송사에서는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KBS 기자들은 자사 뉴스가 권력을 추종한 바람에 신뢰를 잃었다며 제작 거부를 결의한 상태다. PD들 또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못했다고 반성하며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MBC는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이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 상태며 파업 찬반투표도 예정하고 있다. 여기에 내부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겹쳐 갈등이 심각한 상태지만 고영주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은 요지부동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과거 정부에서 기용된 소수의 공영방송 경영진이 공공 자산인 지상파를 개인 소유물인양 마음대로 주물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통위가 재허가ㆍ재승인 때 중립성과 자율성을 따지겠다고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방통위가 방송ㆍ법률ㆍ언론 전문가와 제작ㆍ편성 종사자 및 시민단체 대표 등 20명 안팎으로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국민 요구를 수렴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기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지 지켜봐야겠지만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만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공영방송이라면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오직 공공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보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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