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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파이데이(3.14)

입력
2018.03.14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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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은 3.1415925로 시작되는 원주율 파이의 날이기도 하다. wikimedia.org
3월 14일은 3.1415925로 시작되는 원주율 파이의 날이기도 하다. wikimedia.org

누군가는 오늘 생애 첫 화이트데이 사탕을 받을 테고, 어떤 이는 대학 입학 첫 미팅을 할 테지만, 다수에게 오늘은 여느 날처럼 일해야 하는, 지극히 평범하게 고단한 하루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무리수의 행렬, 원주율 파이의 십진법 숫자들을 깜냥대로 기억하며 수학ㆍ과학의 어떤 상징을 환기할지 모른다. 그들에게 오늘은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2…로 이어지는 숫자의 첫 세 자리(3.14)를 기억하는 파이데이(π-day)다.

1988년 오늘, 미국 샌프란시스코 과학체험관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의 직원들이 장난처럼 시작한 기념 행사가 오늘의 저 날을 기억하게 했다. 우연히 모여 브레인 스토밍을 하던 중 물리학자인 래리 쇼(Larry Shaw)가 원주율에 착안, 직원 모임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듬해 3월 14일 오후 모여 각자 가져온 ‘파이’를 나눠 먹고는 오후 1시 59분부터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녹음해온 원주율 숫자를 들으며 체험관 구내를 행진했다. 행진은 그들이 집적점(accumulation Point)으로 정한 임의의 한 지점에서 멈추며 자신들만의 유쾌한 행사를 마쳤다. 무한 초월의 파이는 수학ㆍ과학의 어제 오늘 내일을 상징하는 거였다.

그 행사는 급속히 확산되며 의미들이 보태졌고, 급기야 미 하원이 2009년 이 날을 파이 기념일로 지정했다. 구글 두들은 이듬해 파이데이 로고를 올렸다. 2014년 3월은 아예 파이의 달(3/14)이 됐고, 이듬해인 2015년 3월 14일(3/14/15) 오전 9시 26분 53초는 100만년 만의 개기일식 같은 순간으로 ‘난리’를 부리기도 했다. 미국 MIT는 2012년부터 3월 14일에 맞춰 신입생 합격통지서를 발송하고, 프린스턴대는 고등과학원 교수였던 아인슈타인의 생일까지 포개 기념행사를 연다.

파이데이를 기념하는 이들은 이날 특정 시간에 수학ㆍ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떠난 이들을 위해 묵념하고, 파이를 나눠 먹고, 원주율 숫자 암송대회 등을 열고, 좀 진지하게는 파이의 의미를 환기하는 학술행사를 열기도 한다. 과학자들이란….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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