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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니라는데…이우환만 “내 작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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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니라는데…이우환만 “내 작품 맞다”

입력
2016.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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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의혹 작품 13점 재감정

국과수 안목감정 위작 판정 불구

이 화백 “호흡ㆍ리듬ㆍ채색 다 내 것”

“위조범 범행 시인…수사는 계속”

경찰, 구매자들 수표 입금도 확인

이우환(가운데) 화백이 29일 위작 논란을 빚은 자신의 작품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우환(가운데) 화백이 29일 위작 논란을 빚은 자신의 작품을 검증하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작 논란에 휩싸였던 이우환(80) 화백이 29일 의혹이 제기된 작품 13점에 대해 “모두 진품”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경찰 수사 및 과학ㆍ안목감정 결과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화백은 이날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찾아 위작으로 판명된 ‘점으로부터’ 및 ‘선으로부터’ 시리즈 작품 13점을 4시간 동안 재감정했다. 그는 감정을 마친 뒤 “의혹을 받은 작품들 전부 진품이 맞다”며 “호흡이나 리듬, 채색이 다 내 것”이라고 말했다. 위작에 관여해 구속된 현모(66)씨가 위조를 시인한 작품 4점 중 1점에 발급된 작가감정서에 대해서도 “(내가) 직접 쓴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당초 이 화백이 27일 1차 감정에서 “진품의 기법과 물감을 확인해봐야 한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던 터라 이날 일부 위작 사실을 확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진품을 입증하는 구체적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이 화백이 참고인 조사에서 “내가 작품을 그린 원작자이자 주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백이 1차 조사에서도 모두 진품이라고 진술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진품에 들어가지 않은 유리 성분이 들어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재감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원작자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국과수의 과학감정 및 미술감정전문기관의 안목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이 났고, 위조범 현씨도 범행을 시인한 만큼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위작으로 지목된 그림 4점을 소지하고 있던 최종 구매자들이 발급한 수표가 유통책을 경유해 현씨에게까지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로선 위작 결론을 뒤바꿀 만한 뚜렷한 물증이 없다”고 말했다. 구속된 현씨가 위조 사실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 이 화백도 “잘 모르겠다”며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 화백이 국과수 및 민간전문가들의 검증과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위작 여부를 둘러싼 미술계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화백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생존 작가의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감정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과학ㆍ안목감정을 먼저 실시했다. 이에 이 화백은 “수사에 원작자가 배제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씨는 “외부 기관의 정밀 감정을 거쳐 위작 결론이 났다 해도 작가가 진품임을 고집하면 대중 정서도 작가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화백과 기관ㆍ전문가들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화백 작품들을 위작으로 판정한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장은 “작가의 주장은 자유지만 이번 논란은 불행히도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건’으로 비화한 만큼 쉽게 종지부를 찍을 수 없다”며 “이 화백이 진품 결론에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오히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화백은 30일 미술담당 기자들을 상대로 진품 판정을 내린 경위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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