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하늘’에서 보냈다. 대학에서 항공서비스과를 나와 바라던 비행기 승무원(대한항공)이 됐지만,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2013년 여름에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도 뿌리치고 퇴사하자마자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 23일 종방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발랄한 현수진 간호사로 나와 시청자를 웃음짓게 한 신인 배우 표예진(24)의 짧은 이력이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표예진은 “승무원 생활에 대한 답답함이 컸다”며 “날 표현하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회사를 나와 배우를 준비했다”며 웃었다.
길거리 캐스팅이 된 것도 아니고, 언제 작품을 할 지도 모르는 데 다니던 회사까지 나와 배우를 준비하는 일은 모험에 가깝다. 직접 만나보니 연약하고 귀여운 외모와 달리 속이 당차다. 표예진은 “하고 싶은 것을 두고 겁을 내지 않는 편”이라며 “연기를 하면 지금 보다 더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돈이 필요할 때 아르바이트를 하는 ‘프리터족’ 처럼,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행복에 충실하는 유형인 셈이다.
지난 3월 드라마 데뷔작인 MBC ‘결혼계약’에 출연하기까지 2년 동안은 고생도 했다. 오디션에 떨어진 것도 수십 번이다. 표예진은 “오디션을 보러 가면 처음엔 연기 경험이 없어 주눅이 들기도 했다”며 “하지만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계속 두드렸다”고 말했다. 낙천적인 성격이 빛을 본 건 ‘닥터스’ 오디션에서다. 표예진은 애초 극중 유혜정(박신혜)의 여동생 배역에 물망에 올랐으나, 제작진이 표예진을 보고 시나리오에 없던 현수진 간호사 역을 만들었다. 표예진의 밝은 모습을 보고 의학 드라마 속 무겁고 진지한 의국(의사 대기실)에 웃음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배역을 잘 표현하기 위해 표예진은 중ㆍ고등학교 학창 시절 이후 처음으로 긴 머리를 단발 머리로 잘랐다. 간호사 친구에게 전화해 배역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장난기가 많고 정이 많다”는 표예진은 동료 배우들 사이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닥터스’를 끝낸 표예진은 바로 27일 방송하는 KBS2 새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촬영을 이어간다. 극중 이동숙(오현경)의 딸로, 유쾌하고 생활력 강한 캐릭터다. 경남 창원시 출신인 표예진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새로운 걸 배워간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연기가 신난다”며 “동향인 강동원 선배와 함께 연기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며 웃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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