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욱 美스탠퍼드대 교수
“사회통합을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하루빨리 정착해야 할 때입니다.”
9일 한국포럼 1세션 기조연설자로 나선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사회에서 사회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민주화된 한국사회에서 중요 이슈에 대해 모든 사람이 동일한 목소리를 내길 기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에서 오래도록 동아시아 현안을 다뤄온 신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뜨겁게 이견이 부딪치고 있는 쟁점들은 사실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에 갇혀 있을 뿐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제기한 통일 대박론과 동북아 국가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역사 갈등을 사례로 들면서 “한국은 해외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지만 사실 해외 지식인들은 좌우 대립으로 인한 한국의 국론 분열을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로 보고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국사회의 ‘남남(南南)갈등’의 원인으로 미성숙한 정당정치를 꼽았다. 정당이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고,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도 방기한 채 이념갈등을 이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당이 해야 할 일을 시민사회가 대신하다 보니 시민사회가 정치화하고 언론 또한 정치 이념화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사회통합’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구조’를 통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사회통합이라는 말은 획일적인 뉘앙스를 풍기며 권위주의적인 이미지가 강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 조화, 공존 등의 개념이 세계화와 민주화 시대에 적절한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갈등을 없애기보다 “갈등을 해결할 원칙과 방법을 만들고 관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신 교수는 시민사회 주도로 차이를 인정하면서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尊異)’의 정신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를 구하고,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당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신 교수는 권력 분점을 위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선진국 가운데 한국만큼 강한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며 “민주적인 사회에서 강한 대통령제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나아가 내각제로의 이행과 같은 구조 개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신기욱 교수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ㆍ미 관계 및 동아시아 전문가. 미 아이오와대 교수와 UCLA 교수를 거쳐 40대 초반 젊은 나이였던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과 교수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이대혁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