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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십 내세우는 반기문, 국내 혹독한 검증 견뎌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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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십 내세우는 반기문, 국내 혹독한 검증 견뎌낼까

입력
2017.01.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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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톺아보기]

한국서 10년 부재 ‘아킬레스건’

외교관 출신 참모들 경계론에

타 후보와 차별화 성공 미지수

대세론 위기 관리 능력도 변수

설까지 지지율 상승 여부 관건

반기문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트라펠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반기문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트라펠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반기문 대망론’이 냉엄한 현실정치의 무대에 오른다. 여권에 변변한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불었던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후보 수혈론’이 12일 오후 예정된 그의 귀국으로 거의 현실이 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등장으로 분열한 보수층이 결집하면 현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앞서가며 형성된 ‘문재인 대 비문재인’ 대선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그의 영입을 시도하는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비롯한 제3지대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새누리당 등 제 정치세력이 그의 귀국 후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반대로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아 중도 포기하거나 대선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패한다면 단군 이래 최대의 업적이라는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명성은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야당은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반 전 총장으로서도 귀국 행보는 본격적인 정치 무대 데뷔이자, 인생을 건 한판 승부라고 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 명분은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지난달 20일 뉴욕 기자간담회)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의 대통령’이라 비유되는 유엔 사무총장을 10년간 지낸 그의 이력과 경륜은 대선 후보로서 확실히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한반도가 미ㆍ중ㆍ일ㆍ러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이고 북핵이라는 글로벌 이슈가 잠복해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 등 동북아를 둘러싼 강대국의 지도자들은 이른바 ‘스트롱맨(strongman)’ 스타일이다. 불확실성의 국제 정세 속에서 그의 노련한 글로벌 리더십이 빛을 발할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 시절의 업적에 대해 “사상 최악의 사무총장“(이코노미스트)이라는 박한 평가가 있다는 사실은 제쳐두더라도 국내 정치 지도자로서 그의 자질과 능력은 아무런 평가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거의 흰색 도화지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 재직 기간인 10년간 한국 사회에서의 ‘부재’는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정운찬 전 총리는 “IT기술의 발달로 국내 소식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바쁘게 사느라 신문 제목만 읽는 정도였다면 국내 사정을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치권에선 외교관 이미지를 반 전 총장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꼽는다. “정치인은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건너지 않는다“(이해찬 전 총리) “본국과 주재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외교관은 ‘제3자 의식’이 있다. 외교관은 역설적이게도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다”(전직 장관) 등의 평가나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캠프 내부에 외교관 출신 득세에 대한 경계론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식 캠프는 초기부터 활동한 김숙 전 유엔 대사,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오준 전 유엔 대사, 김봉현 전 호주대사 외에는 정치권 출신들로 채우고 있다.

국가 지도자에 걸맞은 정치적 어젠다 제시는 또 다른 핵심 과제다. 현재 반기문 캠프에서 예고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의 귀국 일성은 ‘국민화합’과 ‘국가통합’이다. 하지만 ‘화합과 통합’ 어젠다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타 후보와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통일 대통령’을 내세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유엔 사무총장 시절 북핵 협상이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채널 확보 등에서 두드러진 성과가 없는 것은 한계다. 반기문 캠프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나라 밖에 있을 때의 신비감이나 ‘원거리의 묘약’ 같은 것에 덕을 봤다면 국민 앞으로 다가오는 지금은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반기문 대망론 성공의 기준을 설 연휴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로 삼고 있다. 연초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1ㆍ2위 구도를 형성했으나, 대체로 문 전 대표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새누리당 내의 ‘반기문 우호’ 세력이 탈당 결심을 이달 말로 미루고 있는 것도, 그때까지 지지율 변화가 없으면 대망론이 금세 식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3년 간 대세를 형성했던 고건 전 총리가 대선자금 150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중도 포기하면서 대세론이 급격히 무너졌다”며 “이런 정무적 판단의 순간에 외교관만 40년 넘게 한 반 전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도 포기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반기문 대 문재인’ 구도로 판도를 바꾸려면 귀국에 따른 컨벤션 효과까지 포함해서 큰 폭의 지지율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영화기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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