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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쓰기도 읽기도 답답했던 올해의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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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쓰기도 읽기도 답답했던 올해의 뉴스들

입력
2015.1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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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언론의 연말행사 중 하나인 ‘10대 뉴스 선정’ 결과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건 사고가 많은 해의 특징이긴 하나, 너른 세상 놔두고 좁은 영역의 뉴스를 찾아내야 한 언론이나 이를 읽어낸 독자들에게 올해도 정말 답답한 1년이었다. 분명 올해 10대 뉴스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성완종 리스트 파문, 역사교과서 국정화, 야당 분열과 식물국회, 민중총궐기 집회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될 것이다. 부정적이고 이념적이며, 충돌과 같은 단색으로 표현될 뉴스가 압도하는 건 여느 해와 같다.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에서 노사정 대타협의 빛을 바라게 한 정치권 갈등은, 세월호 참사로 시작해 통진당 해산으로 끝난 지난해와 비교해도 다를 게 없다. 다르다면 다뤄진 뉴스의 폭이 더 좁다는 것이다. 세상이 넓다지만 올해 뉴스로 보는 세상은 오히려 좁고 답답해 보인다.

사회부 데스크인 기자를 더 답답하게 만든 건 오보들이다. 그 중 메르스 오보 사태는 지난 1년 가장 깊고 아픈 뉴스의 기억이다. 메르스 사태 와중에 의사 출신인 35번 환자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돌이켜보면 오보의 순간은 취재현장에서 올라온 정보를 보고 판단의 냉철함을 잃은 때 찾아왔다. 물러설 수 없는 데드라인 시각을 임박해 기사의 최종 판단자가 된 때 선을 넘어 버린 것이다. 디지털의 속도 전에서 생각이 짧아진 탓이겠으나 그래도 특종은 짧고 오보는 길다. 오보가 된 문제의 기사승인 버튼을 누른 책임자인 기자는 이제 어떤 식으로든 책임질 일이 남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였던 그 35번 환자는 다행히 건강하게 퇴원했다.

개인적으로 작지만 큰 올해의 뉴스를 찾는다면, 정부와 여당이 현재 경제사정을 국가비상사태로 인식하는 것을 꼽고 싶다. 비상사태가 단순히 국회의장과 야당을 협박해 노동개혁 관련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건 아닐 것이다. 모든 정보 접근이 가능한 정부와 여당의 말은 ‘무언가 있구나’ 하는 직감을 갖게 한다. 대통령이 “(경제가) 다 죽고 난 뒤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한 것을 보면 위기의 데자뷰는 진하다. 아직은 그림자 꽁무니 쫓는 수준인 위기감은 삼성의 움직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자 쪽만 영업이익 27조원을 예상하는 삼성이 2년째 돈 안 되는 계열 기업은 팔고, 조직은 줄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라고 하지만 ‘환란 이후 가장 어렵다’는 경제 위기론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러 통로로 들린다. 삼성 뒤를 따라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나섰던 두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업계의 그런 흐름은 멈추지 않을 분위기다. 비현실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게 심리가 좌우하는 경제라고들 하는데, 정부나 기업들의 심리는 무너져 내린 것 같다.

올해 공직사회의 로열티 인사도 정부 내 기류를 보여준 작지만 큰 뉴스였다. 정책 수행의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공직 인사의 잣대를 충성도에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아무래도 대통령과 출신을 같이하는 인사들이 그 주변과 요소요소를 차지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솔직히 어딜 가나 큰 목소리에 센 억양을 들으면 공직사회의 표준어는 분명 특정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연장선에서, 장관들이 노트북을 옆에 두고 대통령 발언을 수첩에 적기 바쁜 ‘적자생존’의 풍경이 한반도 남쪽에서 목격됐다는 것도 2015년의 아픈 기록이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시간적 무대인 1988년의 주요 뉴스들을 찾아보니 한마디로 흥미진진하다. 미국과 소련이 서울올림픽에 동반 참가하고, 5공 청문회가 열렸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유배를 갔다. 북방외교에 물꼬가 트이면서 동구권과 외교관계가 수립됐고, 달러당 환율은 600원대. 경제성장률이 최근의 3배이던 성장시대와 저성장시대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뉴스에서도 그때의 활기가 그리운 게 사실이다.

이태규 사회부장 tg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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