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알파고의 바둑 실력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2국에서 알파고는 1국 때보다 더욱 가공할 계산력으로 이세돌에게 완승을 거뒀다. 마치 전성기 때 이창호를 연상케 하는 냉정침착한 반면 운영 솜씨였다. 초반에 알파고가 좌하귀에서 크게 손해를 봐서 일찌감치 이세돌의 필승지세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후반 들어 정교한 마무리 솜씨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1보> 초반 포석이 대충 마무리되고 1(실전 수순 31)부터 6까지 진행했을 때 알파고가 7로 어깨 짚은 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괴수다. 백이 A로 받으면 우변에 저절로 큰 집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실전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수인데 인공지능이 스스로 이런 기발한 착수를 찾아냈다니 정말 놀랍기 짝이 없다.
하지만 좌하귀에서 11~15로 흑돌을 움직인 건 이상했다. 18부터 26까지 반격 당해서 흑이 큰 손해를 봤다. 프로들의 바둑에서 초반에 이 정도 손해를 봤으면 거의 회복불능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고가 결국 이 바둑을 이겼으니 기존 바둑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2보> 백이 상변에 뛰어든 장면인데 알파고가 바로 백을 공격하지 않고 좌변을 1로 먼저 건드린 게 냉정침착하다. 자기 말을 튼튼하게 만든 다음 백돌을 공격하려나 보다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7부터 15까지 가장 알기 쉽게 처리해서 백돌을 선선히 살려주고 대산 상변을 고스란히 집으로 굳혔다. 마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지 않는다’던 전성기 때의 이창호를 연상케 한다.
<3보> 알파고의 정확한 계산력과 정교한 마무리 솜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앙에서 흑 1, 3 때 이세돌이 먼저 상변을 4로 젖혔다. 비세를 의식한 일종의 흔들기다. 그러나 알파고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5, 7로 중앙 백돌을 잡았고 이세돌이 8부터 12까지 흑돌을 잡아서 이 바꿔치기는 백이 4~5집 가령 이득을 봤다. 모두들 알파고가 큰 실수를 했다며 드디어 역전인가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래도 역시 흑의 승리는 반함 없었다. 이번에도 알파고가 실수를 한 게 아니라 그래 봤자 승부가 뒤집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알기 쉽게 처리한 것이다. 불과 한두 집 차이로 승부가 뒤바뀔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지만 인공지능 알파고에게는 단순한 계산문제에 불과했던 것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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