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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선거권 언제나 갖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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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선거권 언제나 갖게 될까요?

입력
2017.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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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2012년 4월 서울 용산구 한강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청소년이 선거권 부여연령을 18세로 낮춰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2012년 4월 서울 용산구 한강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청소년이 선거권 부여연령을 18세로 낮춰달라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면서 ‘청년답게포럼’ 청소년조직팀장인 김민주(17)양은 ‘청소년은 정치를 잘 모르니 투표권을 주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김양 친구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을 학교에서 실시간 유튜브로 지켜보고 정치 이슈에 대해 토론할 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어른들 생각보다 청소년들의 정치 의식 수준은 훨씬 높은 편이죠. 특히 탄핵 사건 이후에는 학교에서 정치 얘기가 나오면 ‘나도 그거 안다’며 활발히 의견을 나누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데도 아직 투표권이 없으니 저희들의 정치 의사를 제대로 표출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김양은 현행 만 19세인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목소리를 꾸준히 낼 계획이다.

내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은 개정될 수 있을까. 지난 6월 바른정당 의원 10명에 이어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30명이 선거연령 인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4당이 선거연령 하향 조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어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편과 맞물려 정치 유불리를 따지는 각 당의 셈법이 작용한다면 이번에도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OECD 국가 중 한국만 투표권 19세부터

한국의 선거연령은 꾸준히 낮아져왔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OECD 34개국 중 선거연령이 만 19세 이상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나머지 33개국 중 32개국이 만 18세, 오스트리아는 만 16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만 21세였던 선거연령은 1960년 20세, 2005년 만 19세로 한 살씩 낮아졌다. 하지만 다시 한 살 더 낮추는 논의는 수년째 묶여 있다. 1997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세가 되면 주민등록증이 나오는 등 사회적 의무를 지게 되므로 당연히 권리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공약으로 ‘18세 선거권’을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유야무야 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선거연령 18세를 주장한 열린우리당과 20세 유지를 주장한 새누리당이 타협한 결과, 현행 기준인 만 19세로 선거연령이 정리된 상태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전체회의 상정이 불발됐다. 바른정당은 이후 대선후보로 출마한 유승민‧남경필 전 후보의 주장에 맞춰 2월 초 18세 투표권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바른정당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인숙 의원은 19일 본보 통화에서 “1월에는 지금 저쪽(자유한국당)으로 간 의원들이 많이 반대해서 판이 깨져버렸다”며 “지금은 당내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추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16세까지도 낮추는 법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5월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후보 모두 18세 선거권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결국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반대에 부딪혀 현실화하지 못했다.

여야 정치 이해득실이 최대 걸림돌

그렇다면 이번에는 개정될 수 있을까. 박인숙 의원 개정안은 “민주화와 교육수준의 향상 등으로 18세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인 인지능력을 갖추고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통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며 18세로 선거연령을 낮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개정안 역시 “병역법 및 공무원임용시험령 등에서 18세 이상의 사람에 대하여 병역의 의무 및 공무담임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에 따른 혼인 및 도로교통법에 따른 운전면허 취득 또한 18세 이상이면 가능하다”고 선거연령 인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대선 전에 발의된 관련 법 개정안까지 포함하면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인 선거연령 인하 법안만 10건이 넘는다. 선거연령 인하의 취지나 의의는 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안이 대체로 유사하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득실 차이가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선거연령 18세 하향조정을 당론으로 채택한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의 의석수를 모두 더하면 186석으로, 쟁점법안의 의결 정족수인 180석을 넘는다. 그러나 한국당이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어 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선거법의 경우 여야 합의처리가 관례이기 때문에 한국당 반대가 이어질 경우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다. 지난 2월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 간 오찬회동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18세 선거권을 도입하되, 적용 시기를 2020년 총선으로 늦추자’고 제안한 것도 이 같은 반대 의견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마저도 거부한 상태다.

한국당은 표면적으로는 ‘학교의 정치적 도구화 가능성’을 반대 사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연령이 낮을수록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세대투표’ 현상을 우려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층 가운데 82.1%가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도 한국당의 주 지지층인 60대 이상에서 선거연령 인하에 반대하는 비율이 70%를 넘었다.

이런 상황으로 6월 말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18세 선거권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전망이나 단시일 내 결론이 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혜영 정개특위 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아직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느라 안건의 우선순위를 정한 것은 없다”며 “곧 첫 회의를 열어 천천히 주제부터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지원 인턴기자(고려대 사회 4)

민주노동당 학생당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8세 선거연령제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주성기자
민주노동당 학생당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8세 선거연령제한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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