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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마리타 코흐, 30년 간 400m 세계기록 도핑의혹…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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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마리타 코흐, 30년 간 400m 세계기록 도핑의혹…진실은?

입력
2015.10.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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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육상선수 출신 마리타 코흐. 한국일보 자료사진
독일 육상선수 출신 마리타 코흐.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5년 10월6일은 동독의 마리타 코흐(58)가 여자 400m 결승선을 47초60에 돌파한 날이다.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육상 월드컵 대회에서 세운 이 경이로운 기록은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앨리슨 펠릭스(30ㆍ미국)의 49초26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코흐와 비견되는 이는 1983년 세계 육상선수권대회에서 47초99로 통과한 야르밀라 크라토츠빌로바가(체코슬로바키아)가 꼽힌다.

코흐가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는 동독 선수들이 국가의 주도아래 약물도핑을 한 것으로 악명 높다. 하지만 현재 58세의 코흐는 당시 약물검사에서 도핑이 확인되지 않았고, 도핑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그는 지난해 말 BBC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나는 내 자신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며 “나는 결백하다. 나는 금지된 행동을 한 적이 결코 없으며, 양성 반응 역시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요행으로 세계신기록을 달성한 것이 아니다. 기록을 세우기 5경기 전부터 48초대를 맴돌았고 차근히 한 단계씩 성장한 것이며, 그 노력을 세계기록으로 보상받은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기록은 어떤 방식으로든 예외가 있다. 내 기록을 깰 사람이 태어날지, 언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며, 곧 그 날이 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코흐의 약물도핑의혹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 가지 증거를 두고 논쟁한다. 먼저 당시 동독 선수들의 조직적 약물 복용을 당국이 도움을 줬고, 이는 국가 비밀경찰 ‘슈타지’의 감독아래 자행됐다는 사실이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됨에 따라 슈타지의 기록은 독일과학위원회 회원인 베르너 프랑케 교수에게 전해졌고, 프랑케는 이후 독일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누구에게, 얼마나 투여 받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남겼다. 실제 프랑케의 아내 브리기테는 1992년 코흐를 비롯한 동독 선수들의 도핑데이터를 담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책 출판에 대해 코흐는 소송을 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케 교수가 정리한 금지약물의 구체적인 투여량과 데이터는 25년이 넘게 여러 차례 인용돼왔다. 특히 이 책은 동독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투여됐던 약물과 그로 인해 악화된 건강에 대한 보상 문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 수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IAAF는 세계 반도핑기구의 ‘10년 제한법령’으로 인해 프랑케 교수의 연구 결과가 유효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AAF는 BBC에게 “선수가 그 당시 자신이 어떤 약물을 복용하거나 금지되었던 기술을 사용해 이로 인해 이익을 본 사실을 나중에 시인하는 경우에는 법령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곧 그들의 기록을 역사책에서 지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채윤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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