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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70%까지 잘라 이식해도 6개월 지나면 복원

입력
2016.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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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의료진이 '이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2016-11-17(한국일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의료진이 '이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2016-11-17(한국일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의료진이 '이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2016-11-17(한국일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 의료진이 '이식의 꽃'이라고 불리는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2016-11-17(한국일보)
생체 간 이식 모식도. 서울아산병원 제공
생체 간 이식 모식도. 서울아산병원 제공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 살아 있는 사람이나 뇌사자의 건강한 간을 떼내 붙여주는 간이식 수술이 최선책이다. 그런데 간이식을 ‘이식의 꽃’으로 부른다. 간 내부 혈관구조가 복잡해 정확히 연결해야 하는 난이도가 매우 높고, 수술시간도 15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간이식 수술은 미국 등 이식 선진국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이제 미국에서 배우러 올 정도로 술기(術技)가 아주 뛰어나다.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1만례를 넘어섰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6월 간이식 5,000례(생체 간이식 4,211례)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워 ‘생체 간이식 메카’로 자리잡았다.

간이식 환자 생존율 90% 넘어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간경화ㆍ간암 사망률 1위다. 이 같은 말기 간질환의 표준 치료법은 간이식이다.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은 “간이식을 하면 간암이나 간경화을 앓고 있는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간이식 환자 생존율도 9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간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간의 왕성한 재생력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의 간을 70%까지(통상 50%) 잘라내 말기 간 환자에게 이식해도 6개월 뒤면 간의 원래대로 재생된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 신이 감춰둔 불을 인간에게 준 대가로 코카서스 산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지만 밤이 지나면 간이 재생되는 것처럼 말이다.

간이식은 1963년 미국 의사 토머스 스타즐에 의해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1988년 김수태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이 만성 간부전에 이른 소녀에게 뇌사자 간이식을 처음으로 시행함으로써 간이식이 임상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1994년 12월 8일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외과 간이식팀은 18시간의 대수술 끝에 국내 최초로 어린이 생체 간이식에 성공했다. 선천성 담도폐쇄증을 앓던 생후 9개월된 영아가 간이 굳어지는 간경화로 사경을 헤매다 아버지 간 일부를 이식받아 생명을 되찾았다. 그 아기는 현재 23살의 성인이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후에도 간이식의 새 역사를 썼다. 1997년 국내 최초 성인 생체 간이식에 성공한 데 이어 뇌사자 장기 공급이 절대 부족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1999년 '변형우측간 이용 생체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 동안 기증자로부터 크기가 작은 간의 왼쪽 부분(좌엽)을 떼어내 환자에게 이식하던 것을 오른쪽 부분(우엽)으로 바꾼 것이다. 이식하는 간의 모양ㆍ구조ㆍ혈관 등을 바꾸는 고난도 수술로,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했다. 이 수술법으로 당시 70%이던 성공률을 95%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높였다.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ㆍ유럽 등 의료 선진국의 국제 표준치료 프로토콜이 됐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2000년 3월 세계 최초로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 일부를 각각 떼내 한 명의 환자에게 옮겨 붙이는 '2대 1 생체 간이식'을, 2003년에는 세계 교환 생체 간이식 등의 성과를 거뒀다.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성적이 외국의 유수 기관을 능가하고 있다”며 “전체 간이식 환자 가운데 대다수는 간이식을 급하게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중증 환자였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생존율이 낮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생체 간이식을 주로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일찍 간이식을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쉬운 뇌사자 간이식을 주로 한 미국(UNOS)의 간이식 생존률 88.7%(1년), 82.7%(3년), 79.7%(5년)를 뛰어 넘었다. 지난해에는 60년 전 한국 의사를 가르쳤던 미국 미네소타대병원 의료진이 생체 간이식을 배우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간 기증 늘릴 정책적 뒷받침 절실”

간이식은 기존 다른 내ㆍ외과적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거나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남은 생명이 1년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말기 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성인에서도 여러 원인의 간경화, 잘라낼 수 없는 원발성 간암 등이 있다. 어린이에서는 담도폐쇄증과 대사성 질환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간이식 대상자의 가장 흔한 원인이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나 간세포암이다.

간이식은 뇌사 상태 사람의 간 전부나 일부를 이식하는 뇌사자 간이식과 건강한 사람의 간 좌엽이나 우엽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 있다. 황 소장은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과 달리 사전에 준비할 수 있고, 환자 질환이 악화하기 전에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또 기증자에게서 간을 떼내 곧바로 환자에게 줄 수 있어 혈액순환이 중단돼 있는 허혈 시간이 매우 짧아 이식되는 간의 생명력이 아주 좋다.

생체 기증자는 대부분 나이가 젊어 간의 질이 우수해 심각한 합병증이 거의 없는 등 장점이 많다. 최근 새로운 면역억제제 개발과 새로운 기법ㆍ환자 관리의 발전으로 혈액형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도 생체 간이식이 시행되고 있다.

어린 환자라면 대개 간의 좌엽을 사용하고, 성인이면 크기가 큰 우엽을 주로 쓴다. 기증자 나이, 간 기능 정도, 해부학적 기형 유무로 간 절제 범위를 정한다. 간을 많이 잘라내도 젊을수록, 지방간이 적을수록 간 재생능력이 뛰어나 기증자도 안전하고 환자 성적도 좋다.

유영경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이식을 받으려는 대기자가 많고 기증도 매우 부족한 상황인데다 기증된 장기도 배분되는 절차가 까다롭다”며 “이를 해결하기 이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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