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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란의 역습

입력
2017.07.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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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9월 이라크는 선전포고도 없이 이란을 전격 침공했다. 이란-이라크 8년 전쟁이다. 오랜 국경 분쟁이 표면적 이유였으나 한 해 전 이란 혁명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 시아파 반군의 준동에 골머리를 앓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이란 혁명의 기운이 이라크로까지 번질 것을 두려워했다. 혁명 이후 이란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이용한 이라크는 개전 초기 화학무기 등을 동원한 대대적 공세에 나섰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소련 프랑스 등의 지원을 업고도 이란의 반격에 맥을 추지 못했다. 유엔의 종전 중재가 그나마 이라크의 체면을 살렸다.

▦ 전쟁까지 했던 이란과 이라크가 최근 군사협정을 맺고 종전 29년 만에 군사동맹국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말이 협정이지 지금은 시아파 소수정권인 이라크가 이란에 투항한 것과 다름없다. 수니파 과격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반군을 이라크에서 격퇴한 일등공신이 이란이다. 이라크에 생필품까지 무상 지원하는 이란은 이라크의 최대 후원세력이다. ‘포린 폴리시’는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란의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한 실패다. 그는 취임 후 첫 해외순방길을 중동으로 택할 만큼 아랍권의 ‘반 이란’ 결집에 공을 들였다. 이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스라엘과 수니파 아랍국가를 결집해 이-팔 분쟁의 실마리를 찾고, 이란 핵 합의로 소원해진 미국과 아랍권의 결속도 복원하자는 ‘꿩 먹고 알 먹고’식 계산법이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최근 카타르 사태가 그 방증이다. 미국이 연출하고 수니파 아랍국가들이 주연한 ‘카타르 손보기’ 작전은 이란을 등에 업은 카타르의 강건한 버티기로 실패로 끝나가고 있다.

▦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게 중국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 이-팔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해온 중국은 카타르 단교 사태에까지 나서서 ‘외세 간섭 없는 당사자 간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시 주석의 숙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차질 없는 추진을 노린 것이겠지만 미국으로서는 반 이란 공조의 훼방꾼인 것만은 분명하다. 북핵 국제공조를 무너뜨리려는 것과 비슷하다. 김정은도 이란식 탈출을 꿈꿀지 모른다. 미국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중동 정세가 북핵 정국에 어떤 변수를 가져올지 눈을 떼기 어렵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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