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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아베, 개각 앞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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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아베, 개각 앞당길까

입력
2017.07.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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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민심의 아베정권 심판

자민당 23석 ‘최악의 성적표’

헌법개정 추진 동력도 꺼져

내년 9월 당총재 추대 불투명

G20성과로 위기돌파할 수도

아베 일본 총리가 3일 관저로 출근하며 전날 실시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데 대해 "자민당에 대한 엄준한 질타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아베 일본 총리가 3일 관저로 출근하며 전날 실시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데 대해 "자민당에 대한 엄준한 질타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탄탄대로를 질주하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심각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권 핵심부의 느슨해진 분위기에서 ‘사학스캔들’같은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이를 오만하게 정면돌파한 결과가 바로 2일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의 대참패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를 비롯한 지지세력이 과반(64석)을 훌쩍 넘는 79석을 얻은 데 반해 아베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23석(선거전 57석ㆍ총127석)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단순한 지방의회 선거가 아니다. 향후 정국의 풍향계로 작용해온 ‘수도권 민심’이다. 특히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바닥조직을 관리하는 손발이 잘려나갔다. 이에 따라 내년 12월 임기가 끝나는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붕괴냐를 놓고 아베 총리가 벼랑 끝 시험무대에 올라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3일 총리관저 출근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아베 정권이 해이해졌다는 준엄한 비판이 있었다. 깊이 반성한다”고 참패의 일성을 내놓았다. 이어 “국정 운영에 조금도 정체를 허용할 수 없다. 겸허하게 해야 할 일을 추진하겠다”며 “(2012년 총선에서) 정권을 되찾아왔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출발만 공언하기엔 선거결과가 너무 충격적이다. 당장 헌법개정의 추진 동력이 꺼졌다. 개헌은 국민투표까지 여론을 민감하게 관리하며 밀어붙여야 가능하다. 하지만 자민당의 위력이 꺾여 공모죄법, 안보법 등에서 적용했던 강행처리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이고, 이런 가운데 민진, 공산당 등 야권이 국회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개헌은 추진력을 얻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내년 9월 당총재 경선에서 아베 총리의 합의추대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최근 40명으로 세를 불려온 반아베 의원모임인 ‘탈(脫)아베노믹스 공부회’가 활동을 표면화할 조짐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회장 등 총재직에 도전할 인사들이 이 모임에 속속 얼굴을 알리고 있다.

더욱이 이번 선거에서 고이케 도쿄도지사측과 연대한 연립 공명당의 아베 정권내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개헌에 신중한 공명당을 달래야 하는 것뿐 아니라 차기 중의원선거에서 이들의 협조여부에 사활을 걸 처지가 된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 주어진 민심수습 카드는 현재로선 크게 2가지다. 전격적인 대폭 개각과 하반기 외교무대 성과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당초 8월말로 거론된 개각에 대해 “이달말까지 한시라도 빨리 깜짝 인사를 발탁해 국면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극우인사’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 공모죄법 추진과정에서 야당과 마찰을 빚은 가네다 가쓰토시(金田勝年) 법무장관이 경질 대상으로 거론된다.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의원을 전격 기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에선 총리의 구심력이 떨어졌을 때 개각은 새인물 검증국면에 따라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는 독일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참석차 금주 외유길에 오른다. 외교성과를 지렛대 삼아 위기를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야당은 사학재단 특혜의혹을 지속적으로 추궁하며 대여공세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아베의 정국수습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달 내 지지율 수위가 그 힌트를 제공할 것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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