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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유럽 최초 평화의 소녀상

입력
2017.03.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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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대로 한때 무산 위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가 8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에 세워진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수원시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가 8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에 세워진 소녀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수원시 제공

‘평화의 소녀상’이 독일에도 세워졌다. 유럽 최초다.

경기 수원시는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州)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에 있는 ‘네팔-히말리야 파빌리온(Nepal-Himalaya-Pavillon)’ 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고 9일 전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에 이어 유럽에서는 처음이다. 지난 2014년 5월 수원시청앞 올림픽공원에 세운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ㆍ김운성 작가의 작품으로 ‘독일 평화의 소녀상 수원시민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수원추진위)가 모금운동을 통해 3,300여만원을 마련, 제작비로 댔다.

소녀상 좌우 바닥에는 ‘이 기념물을 세우는 뜻은 비인간적 전쟁범죄로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며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올바로 세우는 데 기여하기 위해’라는 안내문이 한글과 독일어로 병기됐다. ‘동시에 이 기념물은 평화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외치는 함성이요, 오늘날도 세계 곳곳 전쟁 지역에서 폭력을 당하는 세계 시민들 모두를 기억한다는 표시’라는 글도 새겨졌다.

8일(현지시간) 독일 소녀상 제막식에 방문한 경기 수원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시 제공
8일(현지시간) 독일 소녀상 제막식에 방문한 경기 수원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원시 제공

독일 소녀상 설치는 일본의 반대로 한 차례 무산될 뻔했다. 수원시가 지난해 9월 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와 소녀상을 세우기로 합의했지만 독일 일본대사 등이 단교 등을 거론하며 강력 항의하자 프라이부르크시가 발을 뺀 것이다. 이후 수원지역 시민ㆍ사회단체 75곳이 수원추진위를 조직, 독일 한인단체와 한인교회 등을 돌며 호소에 나섰고 독일 평화운동가인 파올 슈나이스 목사(동아시아 선교회 명예의장ㆍ5.18 어머니상 수상자) 등이 부지 물색에 도움을 주면서 소녀상이 빛을 보게 됐다.

소녀상이 설치된 파빌리온 공원은 히말라야 산 꽃과 나무 5,000여종을 보유한 세계 최대 히말라야 식물정원이다. 세계 물재단의 헤리베르트 비르트 이사장이 지난 2000년 하노버 박람회에 선보인 네팔관을 500만 유로를 주고 사들인 뒤 자신의 땅 7만9,200㎡에 옮겨와 조성했다. 비르트 이사장은 5월쯤 독일 언론에 소녀상을 널리 소개하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제막식에 함께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90) 할머니는 “앞으로는 험한 세상이 없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의 눈물을 훔쳤다.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안 할머니는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한국에서 독일까지 ‘소녀상’과 여정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제막식에 대표단을 보내 “소녀상은 비극적 전쟁으로 유린당한 여성의 인권을 세계에 알리고, (그런 역사가)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설치됐다”면서 건립 추진에 기여한 이들에게 사의를 전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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