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은 어때요? 많이 따뜻해졌나요? 언니 오빠들이 하늘나라에서는 배 안에서처럼 기울어져 있지 않고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참사로 선배들을 떠나 보낸 경기 안산시 단원고 후배들이 추모의 촛불을 밝혔다.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7시30분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서 안산고등학교회장단연합(COA)이 주최한 ‘우리가 기억합니다. 리멤버 0416’ 추모제는 장난도, 웃음도, 박수도 없이 엄숙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광장에 모인 1,000여명의 학생들은 별이 된 선배들을 추억하며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회를 본 윤영우(18ㆍ성포고3) COA 의장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상처와 슬픔을 표현하지 못한 우리 마음은 이제 곪아 터질 지경”이라며 “우리의 아픔을 자유롭게 말하고 나누는 자리”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학생들은 2년간 깊이 묻어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한예령(18ㆍ여) 성안고 학생회장은 “우리가 잃어버린 꿈은 대한민국”이라며 “잊으라 하지 말아달라. 아직도 우리는 그들을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목이 메인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현은지(16ㆍ여ㆍ고잔고1)양은 “하늘 위에 별이 된 언니 오빠들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며 “춥고 어두운 바다에 머물게 됐다는 게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후배들은 하늘나라 선배들이 볼 수 있도록 카드를 머리 위로 높게 펼쳐 보이며 “기억하겠다”고 약속했다.
추모제에 앞서 260여명의 학생들은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문화광장까지 약 4km를 행진했다. 이들은 ‘4·16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이 적힌 손 팻말을 들고 걸으며 아픔을 함께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416국민연대가 주최한 추모 문화제가 개최됐다. 취업준비생 허무지(25ㆍ여)씨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세월호 진상 규명 서명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인정받지 못한 그분들이 하늘에서 억울해 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라며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인정을 희망했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성현이 엄마 한경숙(50)씨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성현이가 5월 15일에야 바다에서 나왔을 때, 처음에 구조하지 못했던 해경들에게 오히려 찾아줘서 고맙다고 하고 돌아왔다”며 눈물을 쏟으면서도 “그래도 양심선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번 총선을 보면서 진상규명에 대한 희망을 조금씩 더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석태 4ㆍ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추모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는 희생자와 피해 가족 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아픔”이라며 “반드시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 우리 사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이후 세월호 추모 열기는 번지는 분위기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동생의 나이가 같다는 직장인 윤지원(26)씨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한 표를 행사했다”며 “특조위가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게 권한을 확대하는 등 총선 결과가 세월호의 진실을 이끌어 내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부 한모(44)씨도 “피로감을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세월호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아픈 생채기”라며 “진상 규명 공약을 보고 뽑아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유권자들의 바람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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