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국내 31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ㆍ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 발표했다. 매년 갱신되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이다. 올해 대기업집단 수는 KT&G, 한국투자금융, 하림, KCC가 추가되고, 현대상선 등 주요 기업이 계열사에서 빠진 현대가 제외돼 지난해보다 3개 늘었다. 전반적으로 불황 여파로 매출이 줄었지만, 전년 대비 당기 순이익이 늘고(5.4%) 부채비율이 감소해(4.2%P) 재무구조는 개선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대표적 영업실적인 매출액 비중이 최상위 집단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다.
공정위가 자산 상위 30개 집단을 상위(1~4위) 중위(5~10위) 하위(11~30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4개 집단의 매출액 비중은 2013년 53.2%에서 올해 56.2%로 높아졌다. 이들 4개 집단의 매출액 비중 상승은 불황 등에 따라 중위 및 하위 집단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15.7%, 23.3% 감소한 데 비해 4개 집단은 8.8% 감소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요컨대 불황을 겪으며 최상위 기업집단과 나머지 집단 간의 영업력 격차가 커진 셈이 됐다. 4개 집단은 자산과 당기 순이익 비중에서도 각각 52.7%, 72.7%를 차지해 나머지 대기업집단을 압도했다.
대기업집단 사이의 양극화는 최근 발표된 1분기 실적에서도 두드러진다. 반도체 부문에서 탄탄한 성장동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만 영업이익 6조3,100억원의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고, LG전자 역시 견고한 성장기반인 생활가전의 호조로 9,2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조4,700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조선 3사의 경우, 1분기 실적 선방에도 불구하고 향후 실적에 반영될 선박 ‘수주 절벽’에 전전긍긍하는 등 신성장 동력 육성에 뒤처진 데 따라 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집단 간 양극화는 전반적 산업 양극화의 부표(浮標)이기도 하다. 대기업집단 간,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는 그만큼 최상위 기업군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혁신이 부진함을 보여준다. 기업 간 거래에서 대기업의 ‘갑질’이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란 점에서 공정거래 강화 정책은 당연하지만, 기업 자체의 혁신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상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의 자발적 혁신을 도울 정책이 한결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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