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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 소년가장, 세계 10대 경제대국 경제수장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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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 소년가장, 세계 10대 경제대국 경제수장 되다

입력
2017.05.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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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신화 입지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 2014년 규제개혁 장관회의 때 모습. 뉴스1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 2014년 규제개혁 장관회의 때 모습. 뉴스1

새 정부 첫 경제팀 수장으로 내정된 김동연(60)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어려운 환경을 이기고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관가에 잘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의 소년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11세 때 아버지(당시 33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가세가 기울며 청계천의 무허가 판자촌에서 살게 됐다. 2년 후에는 청계천에서도 쫓겨나 경기 광주(현재 성남시)의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를 당해 천막 생활도 했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기도 전인 고3(만 17세) 때부터 한국신탁은행에 들어가 할머니, 어머니와 동생 셋을 부양하는 ‘소년 가장’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가난 때문에 이루지 못한 배움의 욕구는 컸다. 은행에 다니면서 야간대학인 국제대(현재 서경대) 법학과에 진학했고, 은행 기숙사에서 선배의 쓰레기통에 들어 있는 고시잡지를 우연히 발견해 고시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합격해 83년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의 첫 발을 내 디뎠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축복은 어려움이라는 탈을 쓰고 찾아오고 그 탈을 깨는 것은 각자의 몫에 달려 있다”며 “힘들었던 환경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감사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인 기재부에서 학연이 없었음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역대 모든 정부에서 중용됐다. 5공화국 때는 경제기획원에서 예산 업무를 맡았고, 2000년대는 경제기획원의 후신인 기획예산처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때 국가 중ㆍ장기 전략인 ‘비전 2030’을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과 국정과제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기재부 예산실장과 2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 때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영전했다. 국무조정실장을 마친 후 아주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기재부 내에서는 추진력이 강한 업무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소위 말해 ‘그립’(조직에 대한 통제력)이 매우 센 분”이라며 “회의를 할 때 반대의견이 있으면 과감하게 제압해서 강하게 추진해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간부는 “그립이 세지만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인상 쓰는 것은 한 번도 못 봤다”고 말했다.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2013년 국무조정실장일 때 당시 28세였던 아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는데도 장례식 당일 업무에 복귀해 국조실이 만든 ‘원전비리 종합대책’을 직접 발표한 일화는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김 후보자는 당시 주변에 아들의 투병 사실도 알리지 않았고, 아들의 부고조차 내지 않았다. 부의금도 받지 않았다.

관료 출신이지만 나름의 고집과 소신도 있다. 기재부 2차관 시절 총선을 앞두고 복지문제와 관련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적이 있는데, 당시 여야 각 당 총선 공약 소요 재원이 실제로는 각 당 발표보다 2배 이상 든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를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하며 “살면서 이렇게 양심적이고 맑은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앞으로 예산 전문가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제이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구상)와 재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프로필

-충북 음성(60)

-덕수상고ㆍ국제대 법학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ㆍ2차관ㆍ국무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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