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IS 격퇴 파트너 이란과
예멘 공격한 사우디 사이서 곤혹
예멘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이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이슬람 양대 분파인 수니파와 시아파를 각각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격돌한 양상인데,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우방이었고 이란은 최근 핵 협상 및 수니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 과정에서 같은 편에 서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는 26일(현지시간) 9개 동맹국과 함께 예멘 공습에 나섰다. 이번 공습에는 사우디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참여했으며 미국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델 알주베이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는 “공습은 예멘 수도 사나의 국제공항 등 주요 시설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수니파인 하디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디 정권과 맞서고 있는 시아파 반군 ‘후티’는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후티가 지난해 9월 수도 사나를 함락한 후 이란은 정기적으로 물품을 지원해 왔다. 당시 가택연금됐던 하디 대통령은 제2 도시인 아덴으로 피신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최근 이란 핵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이란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사우디와의 관계가 불편해 졌다. 더욱이 이라크 티크리트에서는 IS를 공적으로 삼고 사실상 이란과 공동작전을 펴고 있는 상태다.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아파 민병대는 미국이 적으로 삼고 있는 IS 소탕을 위해 최전선에서 전투를 치러왔다.
미국이 26일 이라크에서 “시아파 민병대가 최전선에서 철수하면 미국은 대규모 공습을 실시하겠다”며 이란과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국가들은 여전히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댄 바이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걸프국가들은 미국이 이란과 가까워지는 것을 우려한다”며 “하지만 미국이 IS와 대치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사실상 이란 편에 서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처럼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은 “큰 그림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국무부 관계자인 타마라 코프만윗츠는 “오마바 정부의 중동 정책은 어려운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이며 “이는 일관된 정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계자도 “짧은 기간 내에 극단적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관된 전략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털어놨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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