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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 빠진 한국, 뜬구름만 잡는 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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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늪’ 빠진 한국, 뜬구름만 잡는 대선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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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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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선진국의 문턱으로 여겨지는 3만 달러의 벽을 10년째 넘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갇힌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향후 5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겠다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는 이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발시킨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대선 후보들이 ‘적폐 청산’과 ‘재벌 개혁’을 앞세우면서, 저성장의 돌파구가 될 경제 성장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각 후보들이 쏟아내는 4차 산업혁명 대응, 일자리 창출 관련 공약은 구체적인 개념 파악 조차 되지 않은 ‘뜬구름 잡기’식 정책이 대부분이고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도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뜬구름 잡는 4차 산업혁명 공약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요 과제로 잡은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로봇 등 정보기술(IT)을 제조업과 결합시켜 산업 구조 전반을 혁신하는 4차 산업혁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은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공약은 관련 위원회를 만들거나 정부 조직을 개편해 대응하겠다는 수준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AI와 자동화에 대응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를 각각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창의적 교육”이라며 교육부 대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학제를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정부 부처를 개편해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해외 사례에 대한 파악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지만, 그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진행시킬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며 “당장 집권하게 되면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하는데 그제서야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겠다는 것은 하수들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분야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텐데 자칫 방향을 엉뚱하게 잡아 첫 단추부터 잘못 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주체인 기업을 위축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됐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기업이 혁신 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현재 우리 기업에겐 그런 열정이 없다”며 “기업들이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기반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전히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 때리기에 주력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끈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겠다지만

극심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보들은 일자리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전대표는 공공부문 81만개, 민간 부문 50만개 등 총 131만개의 일자리를,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공부문 30만개와 민간 부문 60만개 등 90만개의 일자리를 각각 만들겠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유승민 의원은 혁신 중소기업과 혁신 창업을 통해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고, 심상정 대표도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등으로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공공 부문 일자리는 결국 국민 세금을 걷어 만드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 대부분의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드는 데 매년 21조원이 필요한데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문재인)거나 “토지세와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재명)이라는 수준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일자리에 엄청난 변화가 올텐데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들의 발을 묶으면 손실이 매우 클 것”이라며 “경제를 살리려면 민간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정작 공약들은 기업 규제 일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이런 공약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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