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008년 베이징(北京)올림픽 무렵에야 고속철 운행을 시작했던 후발주자였다. 초기 기술은 일본 신칸센과 독일 ICE, 프랑스 TGV 등으로부터 이전 받았다. 하지만 불과 10년도 안돼 시속 350㎞ 상용화 등 중국의 고속철은 자타 공인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중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대륙 전체를 촘촘한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해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총 12만7,000㎞의 철도 구간 중 2만5,000㎞가 고속철 구간이다. 이는 전 세계 고속철 노선의 약 66%에 달한다. 중국철도총공사(CRC)는 지난 3일 2020년까지 고속철 총연장을 3만㎞로 늘려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의 80%를 연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개통할 4,000㎞ 구간의 87.5%에 해당하는 3,500㎞가 고속철 구간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투입된 예산만도 7,320억위안(약 120조114억원)에 달한다. 2025년이면 중국의 고속철 구간은 3만8,000㎞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중국이 고속철에 집중 투자하는 또 다른 이유는 최첨단 기술의 다양한 융합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의 보급 확대로 지난해 말 현재 온라인 티켓 예약 비중이 이미 80%를 넘어섰고, 웨이신(微信)이나 즈푸바오(支付寶)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 비중은 무려 93%에 달한다. 셀프 검표는 물론이고 장거리 이용객이 온라인으로 식사를 주문해 놓으면 자기 좌석에서 음식을 전달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적용ㆍ활용 범위도 부쩍 넓어지고 있다. CRC는 현재 베이징서역과 광저우(廣州)남역, 란저우(蘭州)역 등에서 시범 실시중인 안면인식 출입시스템을 2025년까지 전국의 모든 고속철 역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여행객들은 신분증과 블루 마그네틱 티켓을 검색대에 올려두고 카메라만 한 번 쳐다보고 나면 곧바로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 ‘빅 브라더’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지만 시범실시 과정에서 이용객들의 승ㆍ하차 소요 시간이 2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철 차량이 스스로 운행과 유지ㆍ보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시켜, 고속철이 운행 중에 셀프 진단을 한 디지털 정보를 통제실에 전송하면 전문가들이 이를 분석해 위험요소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정 수송물량을 결정하거나 춘제(春節: 중국 설) 연휴 등 승객이 집중되는 시기의 배차 간격 등을 조정한다. 2011년 7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 고속철 추돌 사고로 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범 정부 차원에서 안전 대책에 몰두한 결과 중 하나다.
이 같은 첨단기술 활용 과정에는 정보기술(IT) 공룡으로 꼽히는 BAT(바이두ㆍ알리바바ㆍ톈센트)를 비롯해 최첨단 기술 보유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기반이기도 한 고속철 굴기(堀起: 우뚝 섬)를 현실화하는 과정이 직접적인 민관 기술교류의 장이기도 한 셈이다.
그간 중국 고속철에서 ‘옥의 티’로 여겨져 온 객차 내 무료 와이파이(Wi-Fi) 서비스 부재도 해소될 전망이다. CRC는 현재 베이징~상하이(上海)의 푸싱(復興)호에만 설치돼 있는 4G의 4배급 와이파이를 연말까지 모든 고속철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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