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동성애 합법화 반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과거 본인의 성소수자 관련 입장에서도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일고있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JTBC 주관 후보자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와 군 동성애에 관해 토론을 하던 중 동성애와 관련된 견해를 밝혔다. 문 후보는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와 같은 문 후보의 발언은 5년 전 발표한 ‘10대 인권정책’과 2010년 팬클럽에서 진행한 질의응답에서의 발언보다 후퇴한 것이다.
문 후보는 지난 2010년 팬클럽 ‘젠틀재인’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당시 그는 “(동성애자를) 존중해야 하고, 그 때문에 삶이 불편해지거나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심지어 포괄적인 결혼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서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동성혼도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동성혼에 대한 찬성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차별금지법에 제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문 후보는 2012년 12월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발표한 인권선언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자신의 10대 인권정책 중 하나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제시하면서 “모든 국민이 인권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장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유력 대선후보인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입장은 20년 전 대선 후보들의 발언과 비교해도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97년 15대 대선 후보들은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동성애자들의 사생활도 인정받고 인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데 공감이 간다”고 말했고,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무조건 이단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사회에 저항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으며 권영길 건설국민승리21 후보는 “한국 사회가 동성애 운동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 여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합법화 반대’ 발언에 대해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긴급 성명을 내고 문 후보와 홍 후보에 사과를 촉구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난 25일 성명에서 “성적 지향은 찬성이냐 반대이냐의 문제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인간 특성의 하나”라며 “문재인의 발언은 성소수자의 존재, 인간의 다양성을 부정하며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 발언이다”고 밝혔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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