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하 변호사 수사협조 거부
“대면조사 아닌 서면조사가 원칙”
검찰에 조사 일정 연기도 요청
2차 대국민 사과 입장 뒤집어
검찰, “내일도 대면조사 가능” 압박
야권 “수사받을 의지 있나”비난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늦어도 16일까지는 대면 조사에 응해 달라’는 요구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서면조사를 원칙으로 해 달라”고 답한 것이다. 지난 4일 2차 대국민 사과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던 종전 태도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54ㆍ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건을 어제 수임했는데, 사건 검토와 변론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검찰에 선임계를 내면서 박 대통령 조사를 연기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의 생각”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나, “대통령과 말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박 대통령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유 변호사는 특히 “원칙적으로 서면 조사가 바람직하고,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내란ㆍ외환의 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당하지 않는 특권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 차질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검찰 조사를 하는 게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는 “진상 규명을 위해선 박 대통령 대면조사가 불가피하며, 서면조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검찰 입장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때문에 ‘검찰 수사 협조’를 약속했던 박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심도 확산되고 있다.
당초 검찰은 최씨의 기소(19일 예정) 전 박 대통령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15, 16일 중에는 조사를 받아달라”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했었다. 하지만 이날 유 변호사의 입장 발표에 따라 이번 주 중 대통령 조사는 사실상 무산됐고, 경우에 따라 특검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검찰 조사 연기 요청은 조사를 회피하고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등 측근 보호를 위한 꼼수일 뿐”이라며 “대통령의 사과는 한낱 위기모면용이었다”고 비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타오르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변호사의 입장 발표 후 다시 “16일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17일도 가능하다. 최대한 빨리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유변호사는 “검찰 수사의 마지막 단계에서 박 대통령을 조사하길 바란다”는 뜻을 비쳐 앞으로 조사일정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